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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무명투수 원종현, "8년 전과 달라진 건…"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3-18 11:30



굴곡 있는 야구 인생을 산 선수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게 한 가지 이상은 존재한다.

1군이 멀기만 했던 고졸 유망주, 그리고 1군 진입을 눈앞에 둔 20대 후반의 무명선수. 8년 전과 지금은 분명 달라졌다. 그는 외적인 변화로 살 길을 찾았고, 심적인 변화로 꿈에 가까이 다가갔다.

NC 불펜에 새 희망이 나타났다. 데뷔 9년만에 1군 진입을 노리는 무명 투수, 원종현(27)이 그 주인공이다. 원종현은 17일 현재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어느새 김경문 감독의 확실한 믿음을 얻고 있다. 이대로면 1군 불펜투수로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김 감독은 원종현이 좋아졌다는 기자의 말에 "그 정도면 1군에서 던질 만 하겠지?"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1군, 유망주라면 입단 초기에 한 번쯤 밟아봤을 무대. 원종현에겐 생소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LG 입단 후 단 한 차례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원종현은 "이제 TV에 나오고 하니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시더라. 요즘엔 전화통화도 자주 하는데 다치지 말고 잘 하라고만 말씀하신다"며 미소지었다.

원종현은 유망주였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LG에 지명받았다. 하지만 1군 기회는 오지 않았다. 2008년 경찰청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난 뒤 팀에 돌아오자 방출 통보를 받았다. 군제대 후 바로 통보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2군에서 시즌을 준비하던 2010년 3월, 원종현은 유니폼을 벗게 됐다.

팔꿈치 상태가 문제였다. 방출된 뒤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과 뼛조각 제거술을 함께 받았다. 수술과 재활로 1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다. 재활이 한창이던 2011년, NC의 창단 소식이 들렸다.

재활을 마친 원종현은 전남 강진에서 NC 캠프가 시작되자, 직접 찾아가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구속은 140㎞대 초중반. 하지만 최일언 투수코치를 포함해 NC 코칭스태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원종현을 입단시켰다.


시범경기에서 역투중인 NC 원종현. 그는 원래 오버핸드스로 투수였지만, NC에 입단한 2011년 말부터 스리쿼터형 투수로 변신했다. 사진제공=NC다이노스

입단 후 최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야구를 시작한 뒤 줄곧 오버핸드스로로 던지던 원종현은 최 코치의 조언에 따라, 이런 저런 폼으로 캐치볼을 해봤다. 자신에게 맞는 폼을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팔 각도를 낮추고 캐치볼을 하니 조금씩 느낌이 좋았다. 팔꿈치를 쓰는 동작에서 스윙이 짧아서인지 옆으로 던질 때 공에 회전이 더 걸렸다. 회전력이 좋아지는 모습에 과감히 폼을 바꾸게 됐다. 오버핸드스로와 사이드암와 중간인 스리쿼터식으로 던지게 됐다.

원종현은 투구폼을 바꾸는데 걸린 시간을 회상하며 "사실 처음엔 오버핸드스로를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보니 뭔가 다른 게 느껴지더라. 코치님이 바꾸라고 해서 바꾼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폼을 바꿔갔다. 조금씩 공에 회전이 좋아지고, 내 허리 회전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창단 첫 시즌이었던 2012년,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팔 각도는 계속 수정됐다. 사이드암처럼 낮춰보기도 하고, 다시 좀더 높게 던져보기도 했다. 실전에 나가도 직구만 던지면서 폼을 잡는데 주력했다. 결국 지금의 폼이 완성됐다.

원종현은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뿌리는 스리쿼터형 투수가 됐다. 변화로 인해 확실한 무기가 생겼다. 원종현은 "옛날엔 공에 회전력이 좋지 않았다. 같은 구속이라도 회전력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폼을 바꾸고 구속도 올라가고, 회전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NC가 1군에 데뷔한 지난 시즌, 원종현도 1군 무대를 꿈꿨다. 하지만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1년 내내 2군에만 머물렀다. 원종현은 "사실 NC에 왔을 때 1군 첫 해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 돌이켜보니,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다. 코칭스태프에게 어필도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교육리그를 다녀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기존에 던지던 직구와 슬라이더에 포크볼과 커브도 새로 던지기 시작했다. 빠른 구속에 비해 불안했던 제구도 잡혀가기 시작했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원종현은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마운드에 서면 즐겁게 하고 있다. 경험이 없어 아직 준비할 땐 떨리기도 하지만, 막상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젠 잘 되거나 안 되거나 자신감 있게, 후회 없이 던지려고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원종현과 인터뷰를 하면서 과거 얘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그는 NC 입단 전의 기억은 최대한 잊고, 현재에 집중하려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목표를 물었다. "이제 시작인데…"라며 입을 연 그는 "1군에 진입해서 많이 배우고 싶다. 기회가 오면 열심히 던지겠다. 다른 건 없다"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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