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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선수 케일럽 클레이(26)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받은 유망주였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4번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다.
클레이가 1라운드에 지명돼 기대된다는 말을 하자, 김 감독은 "여기 1라운드 출신 많다"며 웃었다. 유망주가 많지만 성장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은 구단 사정을 빗대 클레이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첫 선을 보인 클레이의 피칭은 나쁘지 않았다. 알려진 대로 스피드보다는 컨트롤에 기반을 둔 투수였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좌우 코너워크가 괜찮았다.
클레이는 다양한 공을 구사했다. 직구 22개, 슬라이더 10개, 컷패스트볼 9개, 투심 6개, 체인지업 3개를 던졌다. 이중에서도 스트라이크존에 도달해 날카롭게 떨어지는 컷패스트볼이 인상적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5㎞였고, 평균 140㎞대 초반에 그쳤지만, 클레이는 원래 구속으로 윽박 지르는 파워피처가 아니다.
무엇보다 컷패스트볼을 우타자 바깥쪽으로, 또는 좌타자 몸쪽으로 자유자재로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컷패스트볼 만큼은 원하는 곳에 제구가 됐다. 종종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로 제구가 잘 됐다. 특히 NC 좌타자들을 상대로 한 집요한 몸쪽 승부도 빛났다.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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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클레이는 직구 제구가 가장 좋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데 최근엔 컷패스트볼을 주로 던진다. 자신의 피칭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좌타자니까 무슨 공을 던진다가 아니라, 상대의 히팅포인트를 유도해내는 피칭을 한다"고 덧붙였다.
김응용 감독 역시 "첫 피칭 치곤 나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낮게 제구가 된 게 좋았다"고 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클레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태도가 좋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 코치는 "오키나와에서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인데 본인이 던지기로 약속한 날이니 던지겠다고 하더라.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신인 같다"며 웃었다.
클레이는 2회초 상대의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2사 후 손시헌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석에서 손시헌의 도루를 막아냈다. 상대의 스타트를 뺏어낼 정도로 수준급의 주자 견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또한 정확하게 바깥쪽 직구를 던져 포수의 손쉬운 2루 송구도 도왔다.
정 코치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슬라이드 스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직구는 무조건 1.30초 이내로 끊으려 한다"고 했다. 사실 외국인선수들이 국내프로야구에 고전하는 게 주자 견제 능력이다. 슬라이드 스텝이 빠르지 않으면 발빠른 주자의 도루를 막아낼 수가 없다. 클레이는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경기 후 클레이는 "전반적으로 투구 내용에 만족한다. 시즌을 위해 내가 세운 계획대로 잘 준비되고 있다. 제구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매경기 생갭다 제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압도적이진 않지만, 안정적인 클레이. 첫 피칭은 분명 희망적이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