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은 투수들에게는 무척이나 명예로운 일이다. 보통의 경우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에게 허락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영광이 류현진(27·LA다저스)에게 돌아갈 듯 하다. 시범경기 첫 등판을 성공리에 마친 류현진의 개막 선발 확률이 더 커졌다.
더불어 이날 호투로 개막전 선발 가능성도 늘어났다. 사실 류현진의 팀내 로테이션 위치는 '3선발'이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와 2선발 잭 그레인키에 이은 세 번째 자리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개막전 선발 확률은 적다. 커쇼나 그레인키가 선발로 나오지 못할 경우에나 류현진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의 글로벌정책에 따라 LA다저스는 22일과 23일에 호주 시드니의 크리켓 경기장에서 애리조나와 정규리그 개막 2연전을 벌이게 됐다. 다소 이상한 일정이다. 정규리그 개막 2연전을 치른 뒤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어 31일에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정규리그에 돌입한다.
게다가 그레인키는 전날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였다. 오른쪽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며 공 4개만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개막 첫 경기 선발을 소화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LA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이와 관련해 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레인키의 상태는 괜찮다"면서 여전히 호주 경기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류현진에 비해 그레인키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에이스'인 커쇼는 아예 호주 등판 후보에서 빠져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류현진이 첫 등판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고, 그레인키의 종아리 상태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