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30대 초반만 해도 노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30대 초반은 그동안의 기량에 성숙함이 더해져 더욱 각광을 받는 시기다. FA로 대박을 노리는 때도 이때다.
'두목곰'으로 불리며 두산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김동주(38)는 지난해 1군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는 없었다. 지난해 겨우 28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6리에 1홈런, 9타점이 전부였다. 올시즌도 순탄하지는 않다. 1군이 아닌 2군에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언제나 붙박이 4번타자였던 그지만 이젠 후배들과 경쟁을 벌여야하는 처지다.
'라이언킹' 이승엽(38)도 올해 절치부심이다.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을 기록했다. 2012년에 비해 타율과 홈런 모두 크게 떨어졌다. '큰 경기에 강하다'던 그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최근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는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진갑용(41)도 팀의 플레잉코치 제안을 뿌리치고 선수로서 다시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격솜씨와 투수리드는 엄지를 치켜들게 하지만 체력이 문제다.
롯데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38)도 어느덧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부상과 부진이 함께 이어졌다. 지난해 1군에 74경기에 나서 타율 2할4푼에 12타점에 불과했다. 장성호(37)도 2할6푼6리의 타율은 장성호의 이름값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와 FA 최준석의 등장으로 입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실력으로 헤쳐나가는 길 밖에 없다.
30대 중반 선수들이 모두 내리막길을 걷는 것만은 아니다. 홍성흔(37·두산)이나 이호준(38·NC) 등은 여전히 열살 이상 어린 선수들보다도 월등한 실력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베테랑 중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에겐 기회가 열려있다. 감독들이 비슷한 실력이거나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경험이 많은 베테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시즌 이들에게 '역시 베테랑이야'라는 칭찬이 나올까 아니면 '나이는 못속여'라는 말이 나올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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