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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설레는 일본 첫 실전부터 첫 피홈런까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2-21 09:21



'천하의 오승환이 시작부터 홈런을 맞았다고?'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오승환이 청백전에서 홈런을 맞았다. 한국 야구팬들이 깜짝 놀랄 소식이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낯선 분위기에서 치른 첫 실전경기에서 공을 던졌다는데 큰 의의가 있지, 성적에 대해서는 신경쓸 필요도 없다는 게 오승환의 생각이다.

일본 정복 시작을 알리는 출발

20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 구장.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일본 취재진과 팬들이 모였다. 오전 훈련 후 자체 홍백전이 열리고, 이 경기에 오승환이 처음으로 실전 등판이 예정돼 있어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스트레칭과 체력훈련을 마친 오승환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피칭 모션을 반복하며 실전 등판에 대비했다.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6회 홍팀의 마지막 투수로 1이닝을 던지기로 한 오승환은 5회부터 불펜에 나와 몸을 풀었다. 롱토스도 하고, 러닝을 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과정을 거쳤다. 특히, 경기 전부터 호흡을 맞출 포수 고미야마와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는 게 눈길을 끌었다. 아무리 홍백전이라고 하지만 동료들 앞에서, 그리고 팬과 언론 앞에서 첫 실전에 나서는 만큼 긴장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승환은 홍팀이 10-1로 앞선 6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한신 팬들은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도리타니, 아라이 등 간판 선수들이 나올 때보다 더 큰 환호를 보냈다. 그만큼 한신의 새로운 수호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경기를 취재하던 카메라들도 오승환이 불펜에 나와 몸을 푸는 순간부터 모두 앵글을 돌렸다.


◇한신 팀 자체 홍백전에서 일본 무대 첫 실전 경기를 치르기 전 연습투구를 하고 있는 오승환.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이유가 있었던 피홈런

비가 오락가락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부터 비가 떨어졌다. 오승환은 연신 손에 입김을 불며 준비를 했다.


비와 추운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오승환은 첫 타자인 1번 외야수 오가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몸쪽, 바깥쪽 모두 조금씩 빠졌다. 처음부터 힘을 빼고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2번 šœ스케 타석부터 제구가 잡혔다. 하지만 구속이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을 왔다갔다 했다. 잘 갖다 맞히는 일본 타자들이 커트를 해내기 시작했다. 특히, 3번 이나마리는 볼카운트 1B1S에서 연속으로 4개의 공을 커트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šœ스케를 1루 땅볼, 이나마리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런데 이어 등장한 4번 아라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던진 한복판 138km 직구를 아라이가 받아쳤고,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넘어갔다. 투런홈런. 5번 후지이도 1B 후 연속으로 4개의 파울을 때렸다. 그리고 후지이를 1루 플라이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만난 오승환은 피홈런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오승환은 "한국에서도 시범경기 때 홈런을 많이 맞았다"며 "60~70% 정도의 힘으로 공을 던졌다. 사실 오늘 경기는 하루라도 빨리 마운드에 서고 싶어 내가 자청해 등판한 경기다. 더군다나 홍백전이기 때문에 승패,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느끼는 몸상태나 구위에 문제가 있어 홈런이 나왔다면 문제지만, 몸상태와 구위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홈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힘을 빼고 던졌는데 최고구속이 145km까지 나온 게 고무적이다. 투심도 1개 던져봤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25일 LG전 등판에 대해서 "그 때까지의 몸상태를 봐서 구속 등을 더 끌어올릴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건 시즌 개막 후의 실전이다. 개막전에 맞춰 100%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피홈런과 상관없이 오승환의 일본 정복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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