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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어센시오, '1이닝-6구'에 담긴 의미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2-17 07:45


◇KIA 외국인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가 1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연습경기 때 마무리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그가 던진 6개의 공에 담긴 의미는 같하다. KIA가 오랜만에 만난 정통 마무리 투수의 본색이자, 올해 KIA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KIA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가 '전문 마무리투수'의 미덕을 선보였다. 마치 "이게 바로 클로저(마무리 투수)야"라고 웅변하는 듯한 피칭을 했다. 어센시오는 1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연습경기에 팀이 4-0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로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 피칭으로 막아냈다. 세 타자를 중견수 뜬 공-2루수 땅볼-2루수 땅볼로 잡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다.

연습경기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퍼펙트 세이브'같은 겉으로 나타난 성적에 들뜨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상대 타자들도 아직은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다. 최고구속이 149㎞까지 나왔다는 건 꽤 희망적인 지표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봐야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어센시오가 1이닝 동안 불과 6개의 공만을 던졌다는 것.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무척 중요한 내용이다.

마무리 투수의 미덕은 빠른 승부 타이밍에 있다. 이는 특수한 등판 상황에 기인한다. 마무리 투수가 나오는 상황, 대부분 세이브 상황이다. 경기 막판 3점차 이내의 박빙 승부에서 경기를 끝내라는 특명을 받고 나오는 선수가 마무리 투수다.

이런 상황에서 타자와의 승부가 길어지면 결코 좋은 마무리가 아니다. 자신에게도, 팀에게도 결과적으로 손실만 끼친다. 그런데 타자와의 승부가 길어진다는 것은 결국 투구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다시 말해서 제구력이 흔들린다는 소리다. 자신있게 결정구를 던지지 못하고, 볼을 남발하면 투구수가 늘어나고 결국 타자와의 승부가 길어진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안타를 허용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감독들은 마무리 투수가 가능한 한 적은 투구수를 기록하면서 타자를 빨리 처리하기를 원한다. 볼넷을 허용해 주자를 쌓아놓을 바에야 차라리 깔끔하게 안타를 맞고 다음 타자를 잡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게 투수가 마음먹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우선 마무리 상황이 주는 극심한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지난해 중반까지 KIA의 마무리를 맡았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는 이 대목에서 실패했다. 마무리 경험이 없다보니 좋은 구위를 살리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어센시오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마무리 경험을 충분히 다진 선수다. 그러다보니 마무리투수로서 가장 지켜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빠르고 확실한 승부'가 바로 그것이다. 어센시오는 6개의 공으로 자신의 첫 실전 마무리 등판을 성공리에 마쳤다.

냉정히 말해 아웃카운트 3개를 6개의 공만으로 잡은 것은 상대 타자들이 마지막 공격임을 감안해 한층 적극적인 배팅을 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센시오도 피하지 않고, 타자가 '치고 싶어할 만한' 공을 던져 힘으로 스윙을 이겨냈다는 뜻도 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고 해도 일본 타자들은 터무니없는 공까지 치려고 덤비지는 않는다. 승부를 해볼만하다고 생각하고 쳤는데, 공이 뻗지 않았다. 그만큼 어센시오의 공에 힘이 있다는 뜻이다. 아직 완전히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분명 어센시오는 첫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KIA는 오랜만에 '정통 마무리'를 다시 찾은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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