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석민, 2014시즌이 또 다른 쇼케이스인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2-16 17:55


윤석민이 12일 볼티모어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그가 볼티모어와 계약한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출처=윤석민 트위터

무려 4개월의 오랜 기다림 끝의 결실. 예상보다 화려한 수확은 아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볼티모어 윤석민이 2014시즌을 화려한 '쇼케이스의 시즌'으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윤석민이 미국으로 떠난 것이 지난해 10월 14일. 이후 4개월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윤석민이 드디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이로써 윤석민은 류현진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두 번째 선수로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당초 예상보다 입단 과정이 힘겹긴 했지만, 어쨌든 윤석민으로서는 오랜 꿈을 이룬 셈이다. 국내에 남아 FA를 선언했다면, 훨씬 편안하게 거취를 결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민은 안주하기보다는 낯선 무대에서 새롭게 도전하기를 원했다. 그간 국내에서 쌓아올린 명성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윤석민은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새로 입지를 다져야 한다.

윤석민의 계약 내용이 이런 메이저리그의 시각을 반영한다. '헐값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애초 무의미한 이야기다. 최근 2년간 성적 하락세와 부상 등을 겪은 선수인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다. 볼티모어는 지난 13일(한국시각) 윤석민과 3년 보장 557만5000달러, 보너스 포함 최대 1300만달러에 계약했다.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윤석민의 2014시즌 첫 연봉이 75만달러(한화 약 8억원)라는 점이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의 연봉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수 최저연봉은 48만달러였다. 75만달러는 최저연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는 곧 볼티모어에서 윤석민의 첫 시즌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윤석민이 실망할 필요까지는 없다. 어차피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의 현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다른 면에서 승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볼티모어와의 연봉 계약에 담긴 두 번째 사실이 주목받는다. 바로 보장액보다 인센티브가 훨씬 많은 형태라는 점이다.

윤석민은 첫 해 75만달러를 받지만, 인센티브를 채우면 125만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2015시즌에도 보장연봉이 175만달러지만, 인센티브를 다 채우면 250만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결국 윤석민이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대우가 확 달라지게 되는 형태의 계약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볼티모어는 윤석민에게 "실력으로 보여줘라. 실력만 나온다면 그에 따른 대우는 충분히 해주겠다"는 메시지를 계약 내용으로 전한 것이다. 보장액보다 옵션이 많은 내용이 윤석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라는 건 스스로 쌓아올리는 가치다.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는 건 자존심이 아니다. 어차피 냉정한 무대에 뛰어든만큼 윤석민은 이런 볼티모어의 소극적인 시각을 확실한 실력으로 바꿔놓으면 된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케이스가 지난 1995년 LA다저스에 입단한 노모 히데오의 사례다. 노모는 당시 일본 무대를 떠나 빈손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입단 당시 노모의 연봉은 고작 10만9000달러였다. 당시 최저연봉 수준이었다. 그러나 노모는 그해 28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2.54로 돌풍을 일으키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윤석민은 류현진과는 다르다. 박찬호와도 다르다. 오히려 노모와는 비슷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민에게 2014시즌은 '쇼케이스의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노모가 했던 것처럼 실력으로 팀과 리그의 시선을 확 사로잡아야 한다. 2014시즌이 윤석민의 야구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