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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올해도 '부상과의 전쟁'이 숙제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2-04 15:44


◇상무에서 제대한 뒤 올해 팀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곽정철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한 뒤 수술을 받았다. KIA가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부상을 최우선적으로 조심해야 할 듯 하다. 지난 2011년 광주 삼성전에서 만루홈런을 맞고 고개숙인 곽정철. 스포츠조선 DB

끈질긴 적이 또 KIA를 괴롭히려는 조짐이다. 최근 수 년간 KIA를 하위권으로 끌어내렸던 주요 원인. '부상과의 전쟁'이 또 시작됐다.

6개월에 이르는 치열한 페넌트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팀이 단단해야 한다. 긴 레이스에서는 오랫동안 한결같은 전력을 유지하며 잘 버티는 쪽이 강팀이다. 그런데 KIA는 최근 수 년간 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막강한 전력을 만들어놨지만, 매번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급격하게 전력이 줄었다. 결국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2009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계속 이어졌다. 2010년 정규시즌 5위, 2011년 4위, 2012년 5위, 2013년 8위 등으로 성적은 계속 저조했다. '우승 후유증'이라고 하기에는 침체기가 너무 길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시즌 초반에는 괜찮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성적이 나빠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부상 선수의 증가다.

2010년에는 이종범과 김상현, 최희섭 유동훈 등 2009년 우승 멤버 대다수가 부상에 시달렸다. 이때 KIA는 6월 22일까지 리그 3위를 달렸지만, 6월 18일부터 7월 8일까지 이어진 악몽같은 16연패로 인해 6위까지 추락했다. 후반기 재도약을 노렸으나 연패의 후유증은 너무 깊었고, 결국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1년에는 전반기 1위를 달성했으나, 이범호와 김상현 최희섭 등이 또 아프면서 가까스로 4위에 턱걸이 해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그리고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SK에 패했다.

2012년 팀을 새로 맡은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은 팀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간 KIA가 좋은 멤버를 보유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첫 번째 원인을 부상으로 판단한 선 감독은 여러 대책을 강구했다.

일단 광주구장의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바꿨다.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여름철 높은 열기를 뿜어내는 인조잔디가 부상을 쉽게 유발한다고 여긴 것이다. 또 하나마쓰 고지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파트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2년에도 윤석민 양현종 한기주 최희섭 이범호 김상현 등이 크고 작은 부상을 겪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런 현상은 2013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용규 김원섭 김주찬 등이 추가로 다쳤다. 결국 8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세심하게 준비를 하고는 있는데, 부상자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상. 불운이라고 밖에 표현하기 어렵다. 팀은 팀대로 여러 준비를 했다. 선수들 역시 어떻게든 부상을 안당하려고 조심한다. 그런데도 부상은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수술 후 재활 중인 최희섭의 사례는 제외하고라도 벌써 세 명의 주요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지난 1월 15일부터 괌과 오키나와로 각각 투수조와 야수조를 나누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데, 투수조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곽정철과 박지훈 차명진 등 올해 불펜에서 중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다. 이 가운데 곽정철과 차명진은 각각 무릎과 팔꿈치에 수술을 받았다. 부상의 악령이 또 다시 KIA를 엄습한 것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부상자가 생기면 올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워진다. KIA가 올해 가장 우선적으로 이겨야 하는 상대가 다른 경쟁팀이 아니라 바로 '부상'인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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