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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 출근도장' NC 박명환의 재기 향한 몸부림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1-28 11:48



프로야구 비활동기간인 12월, 야구장은 한산하다. 개인훈련을 나온 선수들과 가끔씩 야구장에 들르는 코칭스태프들 일부만 있을 뿐이다. 선수들은 각자의 훈련 스케줄에 맞춰 자율 훈련을 한다. 이따금 출근하는 코치들은 개인 업무를 보며 지근거리에서 조언을 요청하는 선수들에게만 지도할 뿐이다.

한 마디로 야구장은 썰렁하다. 11월까지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구단 프런트 역시 마찬가지다. 종무식 이후엔 아예 개인 업무에 따라 출퇴근이 자율이다.

NC도 다소 일찍 종무식을 가졌다. 그런데 모처럼 마산구장을 찾은 한 프런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던 선수가 12월 말에도 어김 없이 야구장을 찾고 있었다.

그 선수는 박명환(37)이었다. 지난해 공개테스트를 통해 NC에 입단한 통산 102승 투수. 최고참급인 선수가 12월 한 달 동안 매일같이 야구장에 나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족이 창원으로 내려온 하루를 빼곤 매일 마산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고. 자신을 보러 내려온 가족도 하루 만에 돌려보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야구 생각 밖에 없었다.

박명환은 NC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추고, 재기를 위해 유니폼까지 벗었다. 1년간 절박하게 재활에 매달려 다시 공을 잡을 수준으로 몸을 만들었다. 각 구단 스카우트들을 모아놓고 한 테스트에서 NC를 포함해 3개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재기에 대한 가능성이 무르익어갔다.

고심 끝에 신생팀인 NC를 선택한 뒤에도 하루도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마무리훈련을 넘어 비활동기간인 12월에도 운동만 했다. 주변에서 '오버페이스하지 말라'는 얘길 듣고서야 속도를 조절했을 정도다.


NC 마무리훈련에 합류해 훈련하고 있는 박명환. 사진제공=NC다이노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애리조나에서도 박명환의 성실함은 으뜸이다. NC 투수들의 귀감을 얻고 있다. 고참은 아침에 조금은 천천히 나와도 될 법하지만, 박명환은 먼저 움직인다. 후배들도 자연스레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캠프에 온 것 자체가 박명환에겐 설레는 일이다. 2010년 이후 4년만이다. 당연히 의욕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재기에 성공한 손민한(39)의 존재도 큰 힘이다. 박명환이 오버페이스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서두르면 안된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부상 전력이 있기에 손민한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명환은 손민한과 함께 아직 불펜피칭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불펜피칭 혹은 라이브피칭까지 시작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 베테랑인데다 너무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탈이 날 수 있기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의욕만큼은 여전하다.

박명환은 "대만에서 열리는 2차 캠프와 시범경기 때 실전에 투입될 것 같은데 선발이 됐든, 중간이 됐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나에겐 (살아남기 위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명환의 목표는 손민한처럼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그는 "예전 것은 모두 다 잊고, NC란 팀에서 새로 시작하겠다. '열심히'가 아닌, '잘' 해야 한다. 시범경기 때 엔트리에 드는 게 일차적 목표"라며 재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올시즌 박명환은 어느 위치에서 공을 던지고 있을까. 손민한처럼 다시 당당히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그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려고 NC에 온 건 아니다. 2군 생활을 더 하게 된다면, 앞으로 야구인생에 대해 결정을 내릴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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