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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박정태(45)가 '야인'이 된지 1년이 넘었다. 그는 2012시즌을 마치고 롯데 자이언츠를 떠났다. 1군 타격코치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롯데 사령탑이 양승호 전 감독으로부터 김시진 현 감독으로 바뀌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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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코치는 지난 25일 부산 기장에 다문화 가정과 환경이 불우한 어린들 100명을 중심으로 한 레인보우 카운트 야구단을 창단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들에게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KBO 육성위원으로 전국을 돌면서 유망주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학교를 다녔다. 모교 경성대에서 체육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재 논문을 쓰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 박사 타이틀을 놓고 논문 심사를 받게 된다. 박 코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제안하자 1주일 이상 고민했다. 롯데와 김시진 감독에게 털끝 만큼의 오해도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산 야구팬 중에는 박정태가 빨리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은 모습을 보고싶다는 목소리가 있다. 박정태는 그런 팬들의 바람까지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부산팬들이 현재 롯데 감독님과 선수단에 힘이 되고 하나가 돼야 한다. 롯데가 힘낼 수 있도록 좋은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태는 자신을 '롯데맨'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야구선수로 롯데에서만 1991년부터 2004년까지 몸담았다. 골든글러브(2루수)를 총 5회 수상했다. 2006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2군 타격코치, 2군 감독에 이어 1군 타격코치까지 지냈다. 지난해 3월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코치를 맡았다.
롯데란 든든한 울타리를 떠난 박정태는 "한마디로 어렵다. 야구인에게 야구장 밖은 모험이다. 그래도 밖에 나와 보니 내가 부족한 게 뭔지 보였다. 나의 나쁜 얘기를 많이 들었다. 마치 안식년 같은 시간이다. 소중한 시간인 만큼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요즘 항간에는 박정태 코치를 다른 프로팀이 영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일까. 박 코치는 "몇몇 팀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했다. 나는 롯데맨으로서 죄송하지만 거절했다. 다른 팀에 가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니다. 나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밖에서 보니 안이 이해된다
박 코치에게 밖에서 본 롯데 자이언츠의 모습을 평가해달고 했다. 그는 "밖에서 보니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절실하게 와닿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롯데 구단 사람들이 왜 저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말하지만 안에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는 롯데가 팬들이 원하는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고 했다. 박 코치는 쓴소리 보다 최대한 롯데 구단의 좋은 면을 보려고 했다. 실제로 롯데 구단은 이번 2014시즌을 준비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강민호 최준석 강영식 FA 3명을 잡는데 총 127억원을 투자했다. 선수단 연봉 협상에서도 온정주의 대신 성과주의로 달라진 자세를 취했다.
박 코치는 2013년 롯데의 홈 관중이 44% 준 부분이 가장 마음아팠다고 했다. 부산팬들은 지난해 롯데 야구에 크게 실망했다. 2012년 130만명을 넘겼던 홈 관중이 지난해 77만명으로 확 줄었다. 롯데는 5위를 하면서 200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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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부산팬들은 전국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팀 성적이 나쁠 때 오히려 힘을 더 보태야 한다. 롯데팬들이 모범이 돼야 한다. 이제 롯데팬이라면 성적에 상관없이 여유있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롯데 선수 출신으로 팬들에게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할 수 있는 이는 흔치 않다.
박 코치는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무척 피곤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설에는 추신수 엄마(누나)와 매형(추신수 아버지) 등 온 가족과 함께 집에서 조용하게 명절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박 코치는 최근 '1억 달러의 사나이'가 돼 돌아온 조카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를 보면서 기가 많이 죽었다고 한다. 텍사스와 초대형 계약을 하고 돌아온 추신수의 위상은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그는 "신수가 자신 처럼 어렵게 운동하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는 유망주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