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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최진행, 고교동창 계보 잘 이을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1-27 10:02


이용규가 한화에 입단하면서 최진행과 10년만에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둘은 덕수정보고 동기동창으로 현재 사이판에서 함께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출국 직전 포즈를 취한 두 선수. 인천공항=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고교 시절 '절친'과 한 팀에서 뛴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단했지만 꿈많던 사춘기 시절 동고동락한 친구만큼 편한 동료도 없다.

대표적인 프로야구 고교 동창 듀오를 꼽으라면 1990~2000년대 쌍방울, SK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김원형과 박경완이다. 두 선수는 전주고를 졸업하고 1991년 나란히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했다. 1997년말 박경완이 현대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7년간 호흡을 맞췄다. 이후 둘은 박경완이 2003년 SK로 옮기면서 다시 만났다. 김원형은 2010년, 박경완은 2013년을 끝으로 각각 은퇴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같이 다니고 선수 시절 15시즌간 배터리를 맞췄으며 지금은 SK에서 함께 코치로 일하고 있으니, 평생 가는 친구사이임이 틀림없다.

KIA에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있다. 충장중-광주일고 동창인 서재응과 김상훈이다. 1996년 고교 졸업후 둘은 인하대와 고려대로 각각 진학했다. 그러나 서재응이 대학 재학 시절인 199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둘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우정을 이어가야 했다. 두 선수가 다시 만난 것은 서재응이 KIA에 입단한 2008년이다. 서재응이 진로 고민을 한창 하던 시절 그의 말을 가장 잘 들어준 선수가 김상훈이다. 지금은 처지마저 비슷하다. 지난해 활약이 부진해 연봉이 대폭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둘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지난해 12월 의기투합해 괌으로 떠났다. 일찌감치 몸만들기를 시작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FA 이용규가 한화에 둥지를 틀면서 덕수정보고 동창인 최진행과 다시 만났다. 둘은 2004년 고교 졸업후 LG와 한화에 각각 입단하면서 떨어져 지내야 했다. 이후 이용규는 KIA로 이적해 국가대표 톱타자로 성장했고, 최진행은 한 시즌 30홈런(2010년)을 치는 한화의 대표타자가 됐다. 이용규의 한화 입단 소식을 가장 반겼던 이가 최진행이다.

두 선수의 재활 훈련도 착착 진행중이다. 사이판에서 올시즌 부활을 다짐하고 나섰다. 둘은 지난 15일 배민규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사이판으로 훈련을 떠났다. 지난해 9월 비슷한 시기에 이용규는 어깨, 최진행은 무릎 수술을 받았다. 재활 과정이 비슷하고, 고교 친구라는 점 때문에 일찌감치 사이판 동행을 결정했다. 팀은 지금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지만, 친구가 있어 외롭지는 않다. 러닝과 배팅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지금까지의 재활 훈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수술을 받을 당시 두 선수 모두 시즌 개막에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충분히 준비하고 실전에 나서야 한다는 코칭스태프의 주문도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시즌 개막에 맞춰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은 하루라도 빨리 오키나와 전훈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늦어도 2월 중순이면 선수단 본진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용규는 사이판으로 떠날 당시 "얼마나 빨리 일본으로 넘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재활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고교 졸업후 10년만에 다시 만났다. 최진행은 출국 당시 사이판 동반 훈련에 대해 "혼자 하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게 더 좋다. (이)용규와 '함께 재활 잘해 건강한 몸을 만들자', '선수 생활 끝날 때까지 같이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둘 다 팀내에서 비중이 크다. 이용규는 톱타자, 최진행은 중심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한화에서 이 둘이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자로 맞춰야 할 호흡은 투-포수의 그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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