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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체력테스트 전격 취소, 사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연이 재밌다. 사실 김 감독은 올해도 체력테스트를 정상적으로 실시하려 했다. 굳이 취소시킬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11월 열린 일본 고지 마무리 훈련이 발단이었다. 김 감독은 마무리 훈련 막판 선수들에게 8km 달리기를 시켰다. 단순한 훈련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이게 와전이 됐다. 마무리 훈련을 다녀온 선수들 사이에서 "올해 체력테스트가 4km 달리기가 아닌 8km 달리기로 바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난데없이 8km 달리기를 시키니, 이게 체력테스트의 전초전이 될 거라고 생각한 선수들이었다. 이 사실이 기사화됐고, 모든 사람들이 8km 체력테스트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선수단에 난리가 났다. 4km 달리기에서도 탈락자가 나오는데 8km를 40분 내에 뛰라니 덜컥 겁이 났다. 최고령 투수 류택현은 추운 겨울 한강을 뛰며 체력테스트를 준비했다. 다른 선수들 역시 너도나도 잠실구장에 나와 몸을 만들었다. 규칙을 정해놓고, 그에 부합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엄벌에 처하는 김기태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체력테스트 일정이 발표될 예정이었던 3일 신년 하례식 자리.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선물을 안겨줬다. 형식적인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전 선수들이 충분히 준비를 잘 했다는 것을 확인했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이제는 팀이 4강진출의 한을 풀며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데, 애꿎은 탈락자들이 나와 스프링캠프 훈련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팀에도 손해가 될 수 있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