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가 어엿한 33세가 됐다. 갑오년 새해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9개팀 체제의 두 번째 해. 각 팀 감독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조건 우승일까. 스포츠조선이 새해를 맞아 9개팀 감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새 시즌 주목을 받을 키워드 5개를 중심으로 화두를 던졌다. 뭐니뭐니해도 우승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3년 연속으로 정상에 오른 삼성의 독무대가 이어질 것인가. 또 어느 팀이 2013년보다 순위가 상승할까.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졌다.
각팀 감독들은 삼성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LG를 꼽았다. LG는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서울팀의 영광을 부활시켰다. 스토브리그 동안 전력 누수가 없었다. 9명의 사령탑 가운데 5명이 삼성을 위협할 수 있는 팀으로 LG를 선택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투수력과 타력이 모두 좋다"고 했고, SK 이만수 감독은 "올해 신바람을 내서 분위기가 많이 올라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 시즌 경험이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 송일수 감독 역시 '이웃집' LG를 선택했다. 다른 팀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삼성 류중일 감독도 LG를 꼽았다. 류 감독은 "일단 LG가 가장 두려운 팀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변수다"고 밝혔다. 롯데 김시진 감독, NC 김경문 감독, KIA 선동열 감독은 "팀 전력이 평준화돼 특정 팀을 꼽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성적, 누가 가장 많이 오를까
지난해에 비해 가장 성적이 오를 것 같은 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다. 일단 한화의 약진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복수의 응답까지 포함해 한화를 선택한 감독이 4명이었다.
FA 시장에서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해 타선의 짜임새가 한층 좋았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KIA는 3명의 감독들로부터 달라질 것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김응용 감독은 KIA에 대해 "작년 시즌 막판에 부상 선수들이 많아서 그렇지 그 선수들이 회복되면 괜찮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만수 감독 역시 "늘 우승팀 후보라고 했는데 작년에는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새해에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NC를 선택한 감독도 3명이나 됐다. 외국인 선수를 4명을 보유할 수 있는데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상승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었다. 김시진, 류중일, 송일수 감독이 NC를 선택했다.
이밖에 장원준이 돌아온 롯데와 지난해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SK도 한 표씩 받았다.
용병 타자, 타고투저 될까
지난해 1군 9개팀의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각각 2할6푼8리, 4.32였다. 타자들의 수준이 조금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예년과 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해에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늘어나면서 모든 팀들이 타자 한 명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팀들이 거포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홈런 이상을 친 SK 루크 스캇, 두산 호르헤 칸투가 눈에 띈다. 넥센 로티노와 한화 펠릭스 피에는 정교한 타격에 수비가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 팀들이 전력상 약한 부분을 채워주고, 타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타자들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응용 감독을 비롯한 6명의 사령탑들은 "용병 타자들이 하나씩 보강됐으니까 타자쪽에 강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일수, 김경문, 김기태 감독은 지난 시즌과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승환, 일본에서도 통한다
역대 최강 마무리 오승환에 대한 애정은 9개팀 감독 모두 같았다. 어떻게 하면 데뷔 시즌부터 위력을 떨칠 수 있을까에 대한 조언을 던졌다.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우선 무대가 달라진만틈 일본 타자들에 대한 적응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복수 응답을 포함해 9명의 사령탑 가운데 3명이 이를 선택했다. 일본 타자들의 정교함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 타자들도 끈질김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일본 타자들 역시 선구안은 최고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들의 실력도 이미 입증된 상태다.
이와 함께 3명의 감독이 일본 문화 적응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일본서 현역 생활을 한 선동열 감독은 "오승환은 워낙 기량이 좋아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내 경험상 일본어를 빨리 익히고 그쪽 문화에 익숙해지는 게 유리하다. 팀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에 빨리 녹아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드컵은 함께 즐기는 스포츠 문화
축구 월드컵이 열렸던 해 프로야구 흥행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 역시 야구와 무관할 수 없다. 6~7월에 열리는 월드컵 기간중 프로야구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모든 감독들이 이와 관련해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야구는 하기 나름"이라는 의견들도 나타냈다.
김응용 감독은 "야구는 야구대로 재미있게 하면 된다. 대신 리그가 쉬면 안된다. 한국 경기가 열리는 날이라도 야구는 해야한다.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브라질과의 시차다. 야구가 열리는 오후 또는 밤시간 브라질은 새벽 또는 오전이다. 경기 시간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염경엽 감독은 "시차의 영향도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재미있는 야구를 한다면 어떤 이벤트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