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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어요(Can't Buy Me Love).'
FA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텍사스가 제시한 7년 1억3000만달러는 추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더구나 텍사스에는 주세가 없어 추신수에게 돌아가는 실질 연봉은 다른 구단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한 다른 팀들도 있었지만, 추신수는 일찌감치 텍사스를 마음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의 단장은 존 다니엘스다. 1977년생으로 추신수보다 5살이 많다. 코넬대학에서 응용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1년 텍사스 구단에 입사해 28세가 되던 2005년 존 하트의 후임으로 단장의 자리에 올랐다. 운영팀 디렉터, 단장보좌역을 거쳐 입사 4년만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로 구단 실무 최고책임자로 올라섰다. 디렉터 시절 마이클 영, 행크 블레이락, 프란시스코 코데로 등 스타선수들의 다년계약을 처리하며 실무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단장이 된 뒤에는 팀 체질 개선을 위해 알폰소 소리아노, 마크 테셰이라 등 영양가 없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리빌딩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텍사스는 99년 이후 11년만인 2010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텍사스는 2010~2011년, 두 시즌 연속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61년 창단 이후 월드시리즈 근처에도 못 가봤던 텍사스는 다니엘스 단장의 지휘 아래 신흥 명문구단으로 성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텍사스는 추신수가 평소에도 동경하던 팀이다. 댈러스-알링턴-포트워스로 이어지는 지역은 교민사회가 크게 형성돼 있다. 댈러스는 한국과 직항로 개설된 곳이기도 하다. 추신수가 살고 있는 애리조나주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성적이 말해주듯 텍사스는 우승 전력이다.
1억3000만달러 이외에도 추신수는 제한된 트레이드거부권(limited no-trade clause)과 각종 보너스 조항이 계약에 포함됐다. 매년 자신이 꼽은 10개팀에 대해 트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다. 올스타,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에 선정되거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에 뽑히면 각각 10만달러를 받는다. 정규시즌 MVP 투표에서 1위에 오르면 25만달러를 받고, 2~5위일 경우 5~2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협상 시작부터 계약의 끝맺음까지 텍사스는 추신수에 대한 간절함을 표시하며 귀빈 대접을 해준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