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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가 목표인 레인저스가 수준높은 투자를 했다.'
텍사스는 올해 91승71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에 오른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패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는 5.5경기나 뒤졌다. 텍사스의 약점은 마운드가 아닌 타선이었다. 올시즌 오클랜드와 비교해 타선이 약했다. 짜임새가 떨어졌다. 게임당 평균 득점을 보면 오클랜드는 4.73점으로 리그 3위, 텍사스는 4.48로 리그 7위였다. 팀홈런도 오클랜드는 186개로 리그 3위인 반면 텍사스는 178개로 리그 7위에 머물렀다. 텍사스는 이러한 약점들을 보강하기 위해 두 가지 빅딜을 단행했다. 앞서 디트로이트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프린스 필더를 데려왔고 이번에 추신수를 영입했다. 중심타선과 테이블세터를 동시에 보강한 것이다.
특히 텍사스는 올시즌 테이블세터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톱타자로 나선 이안 킨슬러는 출루율이 3할4푼4리에 불과했고, 1-2번 타순의 득점과 장타율은 각각 리그 11위, 14위였다. 텍사스는 오프시즌이 시작될 때부터 추신수가 세이블세터로 가장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다. 추신수는 올시즌 4할2푼3리의 출루율로 내셔널리그에서 이 부문 2위에 올랐고, 통산 출루율 3할8푼9리는 현역 메이저리거들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 '출루머신(on-base machine)'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무엇보다 타격에서 파워와 기동력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올시즌 21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3번째 20(홈런)-20(도루)을 달성했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로망
추신수는 지난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것이 포스트시즌 첫 경험이었다. 물론 텍사스도 1961년 창단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정상급 선수로 올라선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전력 측면에서 보면 텍사스는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를 이룰 수 있으로 평가받는다. CBS스포츠는 이날 '텍사스는 강팀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오클랜드와 시애틀, LA 에인절스 모두 전력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말이다'라고 평가했다. 즉 추신수와 필더를 영입해 타선의 짜임새와 투타 밸런스를 모두 이뤘다는 의미다.
추신수 개인적으로도 텍사스의 홈인 댈러스 지역은 이상적이다. 추신수의 집은 애리조나주 버크아이에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살고 있다. 레인저스볼파크가 있는 알링턴까지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걸린다. 또 텍사스의 스프링캠프는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로 추신수의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등 교민이 적은 지역에서 뛰었던 추신수에게 뉴욕이나 LA, 시카고 못지 않은 규모의 교민사회가 형성돼 있는 댈러스는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도 지니고 있다.
그렇다 해도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았다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7년간 1억3000만달러는 뉴욕 양키스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7년 1억4000만달러, 같은 FA 외야수였던 제이코비 엘스버리가 양키스와 맺은 7년 1억5300만달러보다 적다. 그러나 텍사스는 주세가 없다. 연방세 39.6%만 내면 된다. 뉴욕은 주세가 8.82%에 이른다. 총액 기준으로 텍사스에서 1억3000만달러는 뉴욕으로 가면 1억4066만달러에 해당한다. 실질소득 측면에서 추신수의 텍사스 선택은 현명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