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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위해 구단끼리 선수를 맞바꾸는 것을 말한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까지 풀타임 9년(대졸은 8년)이란 시간이 걸리는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쉽게 팀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엔 구단간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혹은 구단의 눈밖에 난 선수들을 처분하기 위해서 과감한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인기가 상승하고,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이 상승한 최근 들어선 트레이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모기업의 탄탄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과거처럼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현금 트레이드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구단이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다. 타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다. 야구단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다. 사실 히어로즈 초창기엔 선수 팔아 구단을 연명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장원삼(삼성), 이택근(LG, 현 넥센), 이현승(두산) 등이 현금과 함께 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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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엔 박병호라는 넥센의 슈퍼스타를 얻는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2대2 트레이드의 상대 LG는 두 명 모두 팀을 떠나면서 웃을 수 없었다. 반면 넥센은 심수창은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박병호의 잠재력을 한껏 폭발시켰다. 박병호는 2년 연속 MVP(최우수선수)라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해에도 SK와 1대1 트레이드로 포수 최경철을, 두산과 1대1 트레이드로 외야수 이성열을 얻었다. 최경철은 올해 서동욱과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고, 이성열은 여전히 잠재력이 큰 좌타 거포다.
히어로즈의 선택과 집중, '미래' 혹은 '거포' 유망주
넥센의 트레이드는 멈출 줄 모른다. 신생팀 NC와도 적극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강속구 투수 유망주 김태형을 받으면서 임창민 차화준을 내줬다. 또한 지난 4월엔 송신영을 친정팀으로 복귀시키면서 2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NC로 간 임창민은 불펜 필승조로, 지석훈과 박정준은 내외야의 구멍을 막아내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아마추어 야구를 직접 관찰하는 이장석 대표는 트레이드를 진두지휘한다. 직접 점찍었던 유망주들을 포함시켜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NC에서 받은 투수 유망주 김태형 신재영 등은 수년 뒤를 내다 본 선택이다. 특히 NC는 2년간 신생팀 특전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많은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다. NC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넥센의 부족한 유망주 풀을 보충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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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트레이드 방향성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다. 즉 현재는 다소 이름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구단 내부의 판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큰 경우, 과감하게 베팅한다. 주전급으로 발돋움한 김민성이나 수년 뒤를 내다 본 투수 유망주들이 그렇다.
두번째는 바로 '거포'다. 목동구장은 좌우 98m, 중앙 118m로 1군 메인구장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외야석이 없어 홈런이 나오는데 유리한 구조다. 넥센은 이런 홈구장의 특성을 살려 언제든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전력 극대화 방법이다.
올시즌 팀 홈런 1위는 당연히 넥센의 몫이었다. 중심타선 중 박병호와 이성열은 트레이드로 얻은 카드다. 역시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성도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등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윤석민은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케이스다. 두산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잠재력은 충분한 카드다. 향후 김민성의 군입대 문제도 있다. 목동에서 홈런타자로 변신한다면, 내야는 2루수를 제외하면 모두 거포로 채워지게 된다.
최근 들어 트레이드 시장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시즌에도 윤석민-장민석까지 총 6건이 성사됐는데 이중 넥센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절반인 3건이다. 이처럼 넥센은 한국프로야구 트레이드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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