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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나를 신뢰해주신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두 사람의 한화행이 현실화 됐다. 간판스타들을 잃은 SK와 KIA는 허탈함을 느끼면서도 '차라리 잘됐다'라는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SK는 정근우에게 4년 최대 70억원 규모의 계약 조건을 내밀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80억원 이상을 요구했다. KIA도 이용규에게 60억원을 제시했지만 이용규는 이를 거절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SK의 70억원을 뿌리친 정근우가 한화와 7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용규도 고작(?) 7억원이 높은 6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보통 프로 선수들은 비슷한 조건이면 환경이 익숙한 원소속구단에 남고 싶어 한다. 두 사람 모두 "같은 값이면 남겠다"라고 강조해왔다. 여기에 선수 입장에서 한화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팀이 아니다. 당장 내년 시즌 우승 전력에서 멀어 자신들이 '먹튀'로 찍히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과열된 FA 시장이 이런 촌극을 만들었다. 이택근(넥센) 김주찬(KIA)의 50억원 계약으로 촉발된 이 문제가 강민호의 75억원 계약으로 이어지며 완전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업적, 실력을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며 눈 앞에 있는 '로또' 당첨에만 혈안이 돼있다. 당장 성적을 내야하고, 욕을 먹지 않으려는 구단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올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두산이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FA 3총사를 모두 떠나보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산 역시 세 사람에게 섭섭지 않은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원소속구단이 제시하는 금액이 아무리 높아도 성에 찰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백업층이 튼튼한 두산 입장에서는 세 사람이 크게 아쉽지 않다. 100억원이 넘는 돈을 아끼며 알짜배기 보상선수를 데려오고 유망주들을 육성하겠다는 두산의 선택이 더욱 현명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시장 과열이 이어진다면 결국, 흑자를 내지 못하는 프로구단 현실상 더이상 이 현실을 감당해내기 힘든 날이 오고 말 것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 공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비현실적인 금액 지급을 포기하며 FA를 놓친 구단들은 절대 팬들을 우롱하거나 잘못한 일이 아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