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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FA 우선협상기간, 계속 필요할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11-17 09:05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선수와 구단은 감정이 상한다. 원 소속구단과 얼굴을 붉힌 채, 거액을 받고 이적하는 FA들. 우선협상기간은 계속 필요할까.

국내 FA(자유계약선수) 제도는 특이하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국내프로야구 특성이 상당 부분 반영돼있다. FA 선수의 능력과는 별개로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하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중저가형 FA들에게 불리한 이 같은 제도 뿐만 아니라, 대형 FA들을 괴롭히는 제도도 있다. 바로 원 소속구단과 우선협상기간이다. FA 신청자 명단이 공시되면 일주일 동안은 기존 구단과만 대화를 해야 한다. 물론 이로 인해 '탬퍼링(사전접촉)'이란 말도 생겼다. 우선협상기간까지는 타구단의 탬퍼링을 금지하고, 기존 구단과 대화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탬퍼링 금지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매년 각 구단들은 "올해는 탬퍼링 금지를 반드시 준수하자"는 얘길 하지만,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사법기관도 아닌데 커미셔너인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서서 제도 준수 여부를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접 연락을 했는지, 아니면 아예 FA 신청 전에 일찌감치 언질이 오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소속선수 등 FA의 지인들을 통해 구단의 영입의사를 전해도 막을 길이 없다.

이때문에 매년 '우선협상기간 무용론'이 나오곤 한다. 어차피 미리 언질을 받고 이적을 결심하는 FA들이 허다한데 그냥 자유경쟁에 돌입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FA 규정에 있다. 메이저리그만 봐도 FA 자격을 얻은 시즌 중이나, 혹은 1~2년 전에 미리 원 소속팀과 장기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해당선수가 FA 자격을 행사하기 전에 미리 구단에 잔류시키는 것이다.

보통 장기계약을 통해 거액을 선사해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장기계약은 국내의 'FA 대박'과 비슷하다.


만약 거액을 선사하기 힘든 스몰마켓 구단들은 이 선수들을 일찌감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또다른 전력강화를 꾀한다. 당장의 성적이 급한 팀과 카드를 맞추면 그만이다. 최근엔 '퀄리파잉오퍼'라는 제도까지 생겨 상위 연봉자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잔류를 요청한 뒤, 떠날 경우 원 소속팀에 신인드래프트 때 보상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는 다년계약이 금지돼있다. 공식적으로 다년계약이 허용되는 유일한 방법이 FA다. 원 소속팀으로선 이미 선수가 FA 권리를 행사할 때부터 자유경쟁을 펼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리 선수를 붙잡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모든 게 FA 제도의 불안정성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원 소속구단은 아무리 선수를 잡고 싶어도 힘든 경우가 생긴다. 이미 해당 선수는 다른 팀에서 '무조건 더 많은 금액을 주겠다' 식으로 언질을 받아 마음이 떠난 상태. 결국 불필요한 시간으로 인해 서로의 감정만 상할 뿐이다.

이때 구단 혹은 선수가 협상금액을 공개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도 있다. 양측 모두 협상과정에서 서운함을 토로하는 건 기본이다. 구단은 '우리 선수가 어떻게…'라고 말하고, 선수는 '그동안 공로가 있는데…'라는 말을 반복한다. 불필요한 감정소비다.

발표되는 FA 계약 금액과 실제 액수가 다른 점도 문제다. 새 팀 혹은 해당 FA가 너무 큰 계약규모에 부담을 느껴 축소된 금액으로 발표되는 경우다. 과거 광고계약 등으로 '+a'를 보장했다면, 이젠 '세금 보전' 등 노골적인 방법까지 나오고 있는 추세다. 만약 우선협상기간에 원 소속팀과 오간 금액이 공개될 경우, 어느 쪽이든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언제나 '시기상조'란 말이 발목을 잡는 법이다. FA는 제도 도입 후 꾸준히 수정보완되며 발전하고 있다. 이젠 유명무실해진 우선협상기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10여년을 함께 한 구단과 얼굴을 붉히며 떠나는 선수들, 제도의 불완전성이 만든 안타까운 장면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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