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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액수면 남는다" FA 협상의 비현실성?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1-12 11:55



선수들은 "같은 값이면 남고 싶다"고 하고, 구단은 "붙잡는데 자신있다", "좋은 분위기다"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도 될까.

일생일대의 대박 기회,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원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에 들어갔다. 특히 '빅4'라고 불리우는 대어급 선수들의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 강민호, 삼성 장원삼, SK 정근우, KIA 이용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중 강민호, 정근우, 이용규가 구단과 첫 만남을 갖고 선수와 구단의 반응이 공식 발표됐다. 선수들은 "자존심만 지켜주면 남겠다"고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이 선수들이 우선협상 기간 안에 원소속구단과 도장을 찍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올해 FA 시장은 과열을 넘어 이상 조짐이다. 기존 이택근(넥센), 김주찬(KIA) 등 50억원의 잭팟을 터뜨린 선수들을 기준으로 이번 FA 선수들이 "우리가 그들보다 못한게 뭐냐"라고 주장하고 있고, FA 영입에 애가 닳고 있는 한화, NC 등이 거액의 돈다발을 들고 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롯데는 강민호에게 역대 최고대우를 약속했다. 심정수(은퇴)가 받았던 4년 60억원은 무조건 뛰어넘는 규모다. 만약 롯데가 우선협상 기간을 통해 강민호에게 70억원을 제시했다고 치자. 물론 강민호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도 있는 액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70억원을 넘어 80억원, 100억원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고 있고, 부산을 사랑한다지만 만약 1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액수를 제시하는 구단이 있다면 사람인 이상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실상 "같은 액수라면 남고 싶다"라는 말이 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구단들에서 자신들에게 얼마를 제시할지 알 수가 없다. 만약 그 액수를 알고 있다면 탬퍼링(사전 접촉)에 걸리는 꼴이다.

이렇게 과열된 시장이라면 대어급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아보고 싶어 할 것이다. 평생 한 번 올 기회인데 의리를 지킨다고 일찌감치 도장을 찍는다면, 그리고 나중에 "사실 우리 구단은 당신을 영입하기 위해 이정도 금액을 준비했다"라는 말을 들으면 후회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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