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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거 곤란하게 됐어."
하지만 한화 김응용 감독으로선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지은 상태라 내년 시즌을 위해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비주전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고 싶은데,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팀들을 상대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그럴 수도 없게 됐다. 30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한화는 주전 라인업이 그대로 나왔다.
김 감독은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겠지만, 상대팀은 승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떨리지 않겠냐. 오히려 우리가 유리하겠네"라며 "최선의 라인업으로 나설 것이다.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3승을 목표로 한다. 그러면 싸움이 더 재밌어지지 않겠냐"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했다. 제도가 거의 매년 바뀌는데다, 우천 순연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결정한 때문이라는 것. 김 감독은 "어느 해는 무승부가 패전처럼 계산되고, 어느 해는 0.5승이 됐다가 요즘은 아예 승률 계산에서 빠지는 등 계속 바뀌었다. 올 시즌도 2무승부씩 있는 삼성과 넥센이 상대적으로 무승부가 없는 LG에 비해 유리하게 됐다"며 "이럴 경우 극단적인 예를 들어 1승127무를 한 팀이 승률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럴 바에는 다승으로 순위를 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무승부 처리가 곤란하다면, 몇년전처럼 무조건 승부를 보는 끝장 승부가 필요하다. 관중들은 비기는 경기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봐야 1년에 몇경기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천으로 인한 경기 순연도 너무 빨리 결정해서는 안된다. 리그 일정이 쓸데없이 길어지지 않고, 막판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도 도입할 시점"이라며 "이를 감내할만큼 한국 야구의 수준은 높아졌다. 야구의 진정한 맛을 살리기 위해선 각 구단들이 조금씩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제도를 결정하고,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복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그동안의 명성이 깎였지만 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의 격을 한단계 높이고자 하는 노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은 분명 귀담아들을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대전=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