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재도약을 노리는 LG와 4위 두산이 잠실에서 만났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5회말 1사 1루 LG 손주인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한 두산 유희관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삼성, LG, 넥센, 두산이 벌이는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위 삼성은 대전에서 한화를 9대2로 대파했고, 4위 두산은 잠실 라이벌 LG에 7대3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겼지만, 삼성의 승리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좌절됐다. 보통 순위 경쟁에서 승부를 걸 시점이면 감독들은 해당 경쟁팀에 강한 투수를 선발로 내세우기 마련이다. 이날 잠실에서 LG와 두산은 올시즌 상대팀에 강한 면모를 과시한 투수를 각각 선발로 기용했다.
LG 선발 신재웅은 올시즌 두산전 4경기에 나가 3승(1구원승)에 평균자책점 1.32, 두산 선발 유희관은 LG전 5경기에서 2승에 평균자책점 2.33을 각각 올렸다. 이날 경기는 지난 9월10일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가 미뤄져 편성된 것이었다. 9월20일을 넘어서면서도 상위권 순위 싸움이 이어지자, LG 김기태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일찌감치 이날 경기에 맞춰 각각 '천적' 투수를 선발로 준비하고 있었다.
전날 삼성을 꺾은 LG는 신재웅이 1위 탈환의 필승 카드였던 셈. 두산 역시 유희관을 지난 23일과 26일 롯데전과 NC전 2경기에 구원으로 등판시키며 활용폭을 넓혔다가 3일을 쉬게 한 뒤 이날 LG전에 내세웠다. LG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두 투수의 맞대결은 싱겁게 결론이 나버렸다. 신재웅이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신재웅은 2⅓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3점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신재웅은 지난 22일 창원 NC전 이후 일주일만의 등판이었다. 9월 들어 3경기서 평균자책점 1.15의 위용을 자랑했던 신재웅은 초반부터 제구력이 좋지 못했다. 1회 2안타를 맞았고, 2회에는 3안타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했다. 140㎞대 초반의 직구가 한복판으로 몰리니 맞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3회 위기에서 두산 최재훈 김재호 허경민에게 허용한 안타 모두 3구 이내에서 한 가운데 직구를 던지다 맞은 것이었다.
반면 유희관은 특유의 구속 조절을 통해 초반부터 LG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직구 구속은 최고 135㎞였고, 커브 최저 구속은 106㎞. 매회 안타를 허용했지만, 주자가 나가면 다양한 볼배합으로 LG 타자들을 요리했다. 5회까지 단 한 번도 연속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투구수 60개를 넘긴 6회 선두 박용택을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흔들리더니 연속 2안타를 맞고 2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 23일과 26일 롯데, NC전에 각각 구원투수로 나간 유희관이 선발로 나선 것은 19일 잠실 삼성전 이후 11일만이었다. 투구수와 관련해 60~70개에 이르면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0승째를 따냈다.
두 팀은 10월5일 정규시즌 최종일, 잠실에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이날 이후 닷새만에 펼치는 경기다. 양팀 감독이 신재웅 유희관이 아닌 다른 카드를 내밀지는 미지수다. 그 사이 LG는 3경기, 두산은 1경기가 예정돼 있다. 경기수로만 따지면 마지막 라이벌전서 선택의 폭은 두산이 넓다. 유희관 말고도 니퍼트 노경은 이재우 등 선발 요원들이 즐비하다. 이날 유희관이 LG를 압도했기 때문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LG는 신정락, 리즈, 우규민, 류제국 등 선발 자원 대부분을 그 이전 등판시켜야 한다. 1위 삼성을 따라잡으려면 매경기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두산과의 마지막 대결만 신경쓰기는 힘든 상황이다. 순서대로라면 류제국의 등판 가능성이 높다. 만일 5일 경기가 최종 순위 결정전이라면 유리한 쪽은 선택 폭이 넓은 두산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