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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무기력한 8위는 곤란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9-22 13:31 | 최종수정 2013-09-22 13:31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IA 김진우가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05.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맹수의 위엄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무기력의 기운에 젖어드는 순간, 호랑이의 생명도 그 끝을 보이게 된다.

4강에 실패한 KIA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마치 깊은 무기력에 취한 모습이다. '명가'의 자존심은 찾기 힘들어졌다. 추석 연휴기간에 허망하게 4연패로 무너졌다. 그러면서 21일 기준으로 6위 SK와는 무려 10경기 차이로 벌어지고 말았다. 추격이 불가능한 수치라는 해석을 뛰어넘어서 이 정도 경기 차라면 팀의 레벨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고 볼 수 있다.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1사 1루서 우익수 이종환이 두산 민병헌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05.
더 심각한 문제는 신생팀 NC에게도 자칫 역전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승차는 불과 0.5경기다. 한 경기 결과만으로도 순위가 바뀐다. 만약 KIA가 NC에 밀려 8위가 된다면 그간 쌓아온 팀의 명예에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냉정히 말해서는 NC에 0.5경기 차로 쫓긴다는 것 자체로 이미 자존심에는 크게 금이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됐을까. 분명 KIA는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 중 하나였고, 실제로 5월 중순까지는 리그 1위를 내달리기도 했다. 순식간에 KIA가 몰락한 것은 7월 이후 후반기 레이스였다. 마치 레이스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마라토너와 같은 모습이다. 초반에는 치고 나가다가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한 채 결국 중반 이후 하위 그룹으로 밀려나버렸다. 선수들의 체력 및 부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특히 선발과 중간, 마무리의 엇박자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현재 7위 수성이 어려워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빈약한 선수층에서 찾을 수 있다. KIA는 4강이 좌절된 9월 초부터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하며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부상 전력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한 베테랑 선수들을 엔트리에서 빼고,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어쩌면 이런 시기가 오히려 재도약의 흐름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순위나 성적과 상관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올해는 실패했더라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분위기가 일단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사례다.

하지만 KIA는 시즌을 마무리하는 최악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의 미숙한 플레이와 허탈함에 빠진 벤치의 움직임이 연계되며 최근의 4연패가 만들어졌다. 일단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이 주전 멤버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경기력 자체가 하락했다. 어떤 선수를 기용하든 제몫을 해주는 두산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1회초부터 4점을 뽑고도 역전 당한 21일의 잠실 두산전 패배는 현재 KIA의 무기력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곤란하다. 시즌 마무리의 모습이 깔끔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다음 시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치 대패한 경기에서 막판에 그나마 반격의 기미를 보여주는 게 다음 경기를 위해 도움이 되듯이 KIA 역시도 시즌 막판 조금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기용되고 있는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이 분명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투지마저 보여주지 못한다면 '프로'의 이름을 내걸 자격이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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