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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 "귀성정체? 60년 고향 못간 사람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9-17 10:42


한화와 KIA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한화 김응용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16/



코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어김 없이 귀성전쟁이 시작된다.

평소보다 2~3배의 시간이 더 걸릴 귀성길. 하지만 고향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그리운 가족이 있다면? 불평하지 말자. 돌아갈 고향길 조차 끊긴 실향민도 가까이에 있음에다.

한화 김응용 감독(72).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과 최다우승에 빛나는 명장이다. 야구인으로 이룰 건 다 이룬 선망의 대상. 하지만 '감독' 아닌 '인간' 김응용의 삶 이면에는 한 평생 벗어나지 못한 작은 그늘 조각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불과 아홉살 어린 나이로 고향을 등지고 어머니와 생이별한 채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 마지막이 될지 상상조차 못했던 어머니의 얼굴. 60년 세월에 마모돼 기억조차 흐릿하다. "잠깐 있다가 볼거라고 생각했어. 그게 마지막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그렇게 보고 싶었던 어머니인데 이상하게 모습이 기억이 잘 안 나네…."

낯 선 남녘땅의 끝자락 부산. 악착같이 노력해 야구로 성공했다. 선수로 지도자로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코끼리 감독'의 넓은 가슴 한켠에는 '그리움'이 해묵은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매년 명절 때 되면 북녘땅이 더 많이 생각나지. 이산가족 상봉? 그거 이미 예전에 신청해 놓았어. 가끔 확인 전화만 오더라구. 모두 돌아가셔서 더 이상 찾을 가족이 없는 건지…." 가벼운 한숨이 새나온다.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해빙모드로 전환되면서 추진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김 감독에게는 이제 큰 설렘을 주지 못하는 무심한 일상사가 돼 버린듯 하다.

김 감독의 소원 중 하나는 생 전에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것. "왕래만이라도 되도록 길이 뚫리면 얼마나 좋겠어. 고향을 찾아 산소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지." 이번 추석 당일인 19일. 한화 경기가 없다. 다음날인 20일부터 대전에서 SK와 3연전을 치른다. "추석 당일 하루는 그냥 집에서 쉬려고…." 60년 넘는 세월 동안 어김 없이 반복되는 쓸쓸한 명절 연휴. 노(老) 감독의 한마디가 가슴에 박힌다. "고향가는데 10시간씩 걸린다고 투덜거리면 안돼. 60년 동안 고향 못간 사람도 있는데…."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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