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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심정수 검투사헬멧도 만들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9-12 06:30


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만루서 넥센 김민성이 좌중월 만루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염경엽 감독과 손가락을 내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8.01.



"검투사 헬멧도 만들 줄 알아요."

야구팬들은 은퇴한 추억의 야구 스타 심정수를 떠올리면 '검투사 헬멧'을 빼놓지 않는다.

선수 시절 '헤라클레스'라는 별명과 함께 심정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다닌 것이 '검투사 헬멧'이다.

심정수가 이 독특한 헬멧을 본격 선보인 것은 현대 시절이던 2003년 4월 6일 롯데전이 계기였다. 당시 심정수는 롯데 투수 박지철의 투구에 얼굴을 맞아 병원으로 실려간 뒤 25바늘을 꿰맸다.

당시 일요일 경기여서 월요일 하루를 쉰 심정수는 8일 경기부터 곧바로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고 출전을 강행하는 근성을 보여 화제에 올랐다.

이 때 등장한 헬멧을 제작한 기술자가 넥센 염경엽 감독이라는 것이다. 염 감독이 검투사 헬멧의 추억을 떠올린 것은 11일 목동구장에서 삼성전을 앞두고 삼성 배영섭을 봤기 때문이다.

배영섭은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LG 외국인 선발 리즈가 던진 공에 얼굴을 부위를 맞았다. 다행히 공이 배영섭의 헬멧 귀 보호용 덮개에 맞는 바람에 큰 부상을 면했다.

배영섭이 이날 생생한 모습으로 훈련에 참석한 것을 본 염 감독은 "헬멧 아니었으면 선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뻔했다. 배영섭도 심정수처럼 강골 체질인가보다"라며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염 감독은 현대에서 은퇴한 뒤 운영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2001년 6월에도 공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했던 심정수가 얼굴에 또 공을 맞자 염 감독은 가슴이 철렁했다.

황급히 현대 아산병원으로 데리고 간 염 감독은 웃지 못할 끔찍한 장면까지 목격했단다. 당시 심정수는 공에 맞은 충격으로 인해 이가 약간 깨졌을 뿐 얼굴뼈에 큰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입안이 완전히 뭉개져서 의료진이 소독약을 부었는데 볼에 생긴 구멍을 통해 소독약이 밖으로 흘러나오더란다. 결국 25바늘을 꿰매야 했다.

심정수는 팔, 다리가 다친 것도 아니니 다음 경기부터 출전하겠다면서 고통을 꾹 참으며 부상 투혼을 보였다. 이에 염 감독은 크게 감동한 나머지 '철야작업'에 들어갔다.

심정수가 2001년 처음 얼굴에 공을 맞았을 때 잠깐 착용했던 '검투사 헬멧'과 비슷한 장비가 급하게 필요했다. 얼굴로 날아드는 타구에 대한 공포증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필수 장비였다.

특히 심정수가 곧바로 출전한다고 하는 바람에 주문 제작할 여유가 없었던 염 감독은 기발한 손재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염 감독은 "당시 전기톱 같은 공구도 없었다. 그냥 줄과 사포를 급히 구해다가 다른 헬멧의 일부를 줄로 갈아서 잘라낸 뒤 나사로 연결해 붙이고 사포로 문지르고 온갖 쇼를 했다"면서 "밤을 꼬박 샌 끝에 그럴듯한 모양의 헬멧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염 감독은 청소년 시절 운동이 하기 싫어 가출했다가 구두닦이도 하는 등 '나쁜짓'만 빼놓고 안해본 일이 거의 없단다. 그렇게 일찍부터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장인의 기술'까지 터득한 모양이다.

염 감독은 "심정수가 그토록 강한 근성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검투사 헬멧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나는 심정수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좋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검투사 헬멧'은 될성 부른 후배에 대한 애정표시였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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