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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박병호이기에 가능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9-09 07:08 | 최종수정 2013-09-09 07:10


한 경기 반 차 3-4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과 두산의 주말 2연전 두번째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2사 2루 넥센 박병호가 두산 오현택의 투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재역전 2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08/

30홈런-100타점. 거포 내지 강타자를 인증하는 수치이다. 어쩌다 한 번, 혹은 평생 한 차례 기록할 수는 있다. 그런데 2년 연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시기를 대표하는 타자라는 표현이 과하다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라고 부를만 하다. 타고난 타격능력에 꾸준함, 성실성, 집중력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

여기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7)다.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31홈런-105타점을 기록하며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오랫동안 '유망주'의 틀에 갖혀 있던 그가 알을 깨고 나온 것이다. 풀타임 1년차 선수가 홈런왕에 타점왕, 장타율 1위에 올랐고,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면서 정규시즌 MVP,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가 올스타전에 나가지 못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정을 하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단 한 번의 성적으로 감내해야할 부분이 있었다.

9일 현재 소속팀이 치른 111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타율 3할1푼3리(387타수 121안타), 27홈런-90타점, 출루율 4할3푼3리. 30홈런-100타점에 3홈런-10타점을 남겨놓고 있다. 잔여경기는 17게임. 9구단 홀수체제로 운영되면서 지난해 보다 5경기가 줄었다.

지금까지 30홈런-100타점을 단발이 아닌 연속으로 기록한 선수는 총 7명이다. 타이론 우즈(1998~2001년)를 비롯해 이승엽(1997~1999년, 2002~2003년), 장종훈(1991~1992년), 호세(1999, 2001년), 마해영(2002~2003년), 심정수(2002~2003년), 이호준(2003~2004년)이 주인공이다. 우즈가 4년 연속, 이승엽이 3년과 2년 연속으로 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호세는 1년 공백을 두고 국내에서 뛰면서 달성했다. 2004년 이호준이 마지막이었으니 박병호가 힘을 낸다면 9년 만에 이 클럽에 가입하는 셈이다.


한 경기 반 차 3-4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과 두산의 주말 2연전 두번째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2사 2루 넥센 박병호가 두산 오현택의 투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재역전 2점홈런을 날렸다. 홈인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박병호.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08/
소속팀 히어로즈가 피말리는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어 사실 개인 기록을 내세울 상황은 아니다. 히어로즈는 1위 LG 트윈스에 3게임, 2위 삼성 라이온즈에 2게임, 3위 두산 베어스에 0.5게임 뒤져 있다. 정규시즌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있다.

박병호는 "2년 연속으로 30홈런-100타점을 꼭 달성하고 싶다"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당장은 팀 승리, 그 다음은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진출, 더 멀리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이다.

꾸준함과 성실성을 빼놓고 그를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해 133경기 전 게임에 4번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랫동안 그늘에 있었던 박병호는 한 타석, 한 경기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1,2군을 오갔던 LG 시절 뛰고 싶어도 뛸 수 없었던 한을 마음껏 풀어놓는 듯 하다.

지금의 박병호를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가 더 있다. 볼넷 80개 1위. 2위인 팀 후배 강정호보다 무려 17개가 많다. 홈런타자다보니 상대팀 투수가 의식적으로 정면승부를 피해간 것도 있지만, 좀처럼 무리를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에 따라 경기를 하다보면 팀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병호는 "어떤 플레이를 하든지 팀의 일원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치고 싶은 욕심을 꾹 참고 출루를 모색하고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 홈런 못지 않게 중요한 주축타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가 30홈런-100타점에 근접할수록 히어로즈는 더 높은 목표에 바짝 다가설 것 같다.

2011년 7월 31일 LG에서 히어로즈로 이적. 박병호는 이 때를 프로 첫번째 시즌이라고 말한다. 히어로즈는 잠을 자던 그의 잠재력을 깨워주고 날개를 달아 준 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연속 시즌 30홈런-100타점 현황

연속시즌=선수(소속팀)=연도=홈런=타점

4=우즈(두산)=1998=42=103

-=-=1999=34=101

-=-==2000=39=111

-=-==2001=34=113

3=이승엽(삼성)=1997=32=114

-=-=1998=38=102

-=-=1999=54=123

2=장종훈(빙그레)=1991=35=114

-=-==1992=41=119

-=호세(롯데)=1999=36=122

-=-=2001=36=102

-=이승엽(삼성)=2002=47=126

-=-=2003=56=144

-=마해영(삼성)=2002=33=116

-=-=2003=38=123

-=심정수(현대)=2002=46=119

-=2003=53=142

-=이호준(SK)=2003=36=102

-=-=2004=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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