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홈런-100타점. 거포 내지 강타자를 인증하는 수치이다. 어쩌다 한 번, 혹은 평생 한 차례 기록할 수는 있다. 그런데 2년 연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시기를 대표하는 타자라는 표현이 과하다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라고 부를만 하다. 타고난 타격능력에 꾸준함, 성실성, 집중력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30홈런-100타점을 단발이 아닌 연속으로 기록한 선수는 총 7명이다. 타이론 우즈(1998~2001년)를 비롯해 이승엽(1997~1999년, 2002~2003년), 장종훈(1991~1992년), 호세(1999, 2001년), 마해영(2002~2003년), 심정수(2002~2003년), 이호준(2003~2004년)이 주인공이다. 우즈가 4년 연속, 이승엽이 3년과 2년 연속으로 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호세는 1년 공백을 두고 국내에서 뛰면서 달성했다. 2004년 이호준이 마지막이었으니 박병호가 힘을 낸다면 9년 만에 이 클럽에 가입하는 셈이다.
|
꾸준함과 성실성을 빼놓고 그를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해 133경기 전 게임에 4번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랫동안 그늘에 있었던 박병호는 한 타석, 한 경기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1,2군을 오갔던 LG 시절 뛰고 싶어도 뛸 수 없었던 한을 마음껏 풀어놓는 듯 하다.
지금의 박병호를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가 더 있다. 볼넷 80개 1위. 2위인 팀 후배 강정호보다 무려 17개가 많다. 홈런타자다보니 상대팀 투수가 의식적으로 정면승부를 피해간 것도 있지만, 좀처럼 무리를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에 따라 경기를 하다보면 팀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병호는 "어떤 플레이를 하든지 팀의 일원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치고 싶은 욕심을 꾹 참고 출루를 모색하고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 홈런 못지 않게 중요한 주축타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가 30홈런-100타점에 근접할수록 히어로즈는 더 높은 목표에 바짝 다가설 것 같다.
2011년 7월 31일 LG에서 히어로즈로 이적. 박병호는 이 때를 프로 첫번째 시즌이라고 말한다. 히어로즈는 잠을 자던 그의 잠재력을 깨워주고 날개를 달아 준 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연속 시즌 30홈런-100타점 현황
연속시즌=선수(소속팀)=연도=홈런=타점
4=우즈(두산)=1998=42=103
-=-=1999=34=101
-=-==2000=39=111
-=-==2001=34=113
3=이승엽(삼성)=1997=32=114
-=-=1998=38=102
-=-=1999=54=123
2=장종훈(빙그레)=1991=35=114
-=-==1992=41=119
-=호세(롯데)=1999=36=122
-=-=2001=36=102
-=이승엽(삼성)=2002=47=126
-=-=2003=56=144
-=마해영(삼성)=2002=33=116
-=-=2003=38=123
-=심정수(현대)=2002=46=119
-=2003=53=142
-=이호준(SK)=2003=36=102
-=-=2004=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