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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리빌딩 출발은 '안방마님'부터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9-08 11:55 | 최종수정 2013-09-08 11:55


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KIA 이홍구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 08.07.

KIA 변화의 시작, '야전사령관'부터 새로 만든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는 KIA의 자존심에 제법 큰 상처를 입혔다. 선수단 곳곳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표정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언제까지 좌절감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을 새로운 도약 계기로 삼을 수 있을 때 더 큰 발전도 뒤따른다.

KIA도 이런 과정을 겪고 있다. 올해로 부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동열 감독은 내년 시즌에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부상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일찍감치 휴식을 줬고, 가능성을 보이는 기대주를 적극 활용하며 '리빌딩'의 기초작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올시즌 잔여경기는 사실상 또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시험무대'다.

이 시험무대에 올라 있는 첫 번째 주역, 바로 팀의 '야전사령관'이자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포수다. 기존의 김상훈-차일목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포수 찾기가 현재 한창 진행중이다. 대상은 올해 신인선수 이홍구(23)와 2008년 입단한 백용환(24). 20대 초반의 두 젊은 포수들이 선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올해 프로무대에 첫 선을 보인 이홍구는 이미 시즌 초부터 관심을 끌었다. 지난 5월말 1군에 처음 올라온 이홍구는 김상훈이나 차일목의 백업 포수로 활약해왔다. 7월 31일 광주 삼성전에서 처음 주전 포수로 선발 출전한 이홍구는 8월 8일 창원 NC전에서는 2-2로 맞선 4회초 1사 후 상대 선발 찰리로부터 프로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홍구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빼어난 2루 송구 능력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이송구'일 정도. 아직 정확도나 송구 연결 동작에서 보완할 점이 많지만, 어깨만큼은 KIA의 어떤 포수보다도 강하다. 그래서 송구도 총알같다. 제대로만 공이 간다면 이홍구 앞에서 도루를 성공시킬 주자가 거의 없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덕분에 이홍구는 시즌 중반 이후 꾸준히 출전기회를 얻고 있다. 7일까지 32경기에 출전했다.(타율 0.161, 1홈런 4타점)

또 다른 기대주인 백용환은 입단한 지 벌써 6년이나 된 선수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 2008년 2차 5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말 제대해 팀에 합류했다. 계속 2군에 머물던 백용환은 확대 엔트리가 적용된 지난 1일에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런데 이후 타격에서 꽤 재능을 보이고 있다. 1군 등록 첫 날인 1일 광주 NC전에서 3-12로 크게 뒤진 7회 1사 후 대타로 나와 1군 무대 첫 안타를 쳤다. 이 공은 상대팀과 동료의 배려로 백용환에게 전달됐다.


이후 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선발 포수 출전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선 감독은 "백용환이 타격에 상당히 소질을 갖고 있더라. 송구 능력도 좋아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게다가 군복무 문제도 해결해 (성장할) 시간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홍구와 백용환은 아직 뛰어난 실력을 갖추진 못했다. 두 선수 공통적으로 투수리드 능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각각 송구와 타격에 재능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밝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이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경우 KIA도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큰 힘을 얻을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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