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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테랑 우완투수 김선우가 22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다.
첫 출발부터 불안했다. KIA 리드오프 이용규를 상대한 김선우는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았으나 이후 연속 2개의 볼을 던져 불리한 카운트를 자초했다. 심리적으로 쫓긴 김선우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4구째에 시속 140㎞직구를 던졌으나 이 공이 한복판으로 몰리는 바람에 이용규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이용규는 전형적인 '똑딱이형 타자'다. 특히나 올해는 어깨가 좋지 못해 이전까지 홈런이 단 1개 밖에 없었다. 1회 선두타자 홈런은 2004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김선우가 이런 이용규에게 홈런을 맞았다는 것은 제구와 더불어 볼끝의 힘도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3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온 이용규에게 또다시 안타를 맞았다. 안치홍을 삼진으로 잡은 김선우는 3번 신종길에게도 안타성 타구를 맞았으나 이 공이 두산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에 직선으로 빨려들어가며 이용규까지 아웃된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이 시점에서 두산 벤치는 교체 시기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선우는 4회를 채 마치지 못했다. 선두타자 나지완과 후속 이범호를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는데, 이후 다시 밸런스가 무너진 듯 하위 타선에 연속 2개의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지체없이 김선우를 내렸다.
김선우의 이날 조기 강판은 두산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울 수 밖에 없다. 8월 이후 무서운 상승세로 4강 안정권에 든 두산은 선두권까지 넘볼 수 있는 입장이다. 4일 기준으로 1위 LG와 2.5경기 차, 2위 삼성과는 1.5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선두 2개팀이 사정권에 있다.
이 마지막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3주 동안 자리를 비웠던 김선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 8월 초 2차례 등판에서 김선우는 2연승을 따내며 팀이 상승 무드를 타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따라서 시즌 막판 베테랑 선발로서 김선우가 제 몫을 해준다면 두산도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과연 김선우가 부진을 극복하고 팀의 '키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