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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1월 FA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을 잡지 못했다. 잡으려고 노력한 건 맞다. 그런데 '집안 단속'에 실패했다. 홍성흔은 원래 친정 두산 베어스와 4년 31억원에 도장찍었다. 김주찬은 KIA와 5년 50억원에 사인했다. 롯데가 두 선수에게 제시한 조건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산, KIA와 금액에서 큰 차이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롯데가 치고 올라가려면 긴 연승이 필요하다. 연승 분위기를 길게 이어가려면 투타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롯데 마운드는 그런대로 잘 버텨주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이 2위다. 4~5선발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중간 불펜이 흔들렸지만 9개팀 중에선 상위권에 속한다. 마운드만 놓고 보면 4강권에 들어야 정상이다.
결국 전력의 구멍은 타선에서 생겼다. 홍성흔과 김주찬이 빠져 나간 공백을 대체하지 못했다. 롯데는 두 선수를 잡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약 80억원의 돈을 쓰지 않았다. 롯데 구단도 쓰고 싶었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돌리는게 생각 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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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분위기 반전 효과가 있다. 크게 뒤지고 있다가도 홈런이 터지면 팀 분위기가 달라져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지만 롯데는 그런 홈런이 많지 않았다. 상대 투수들은 팀 홈런이 적은 롯데와 대결할 때 덜 부담스럽다.
홍성흔이 이번 시즌 두산에서 거둔 개인 성적을 보자. 그는 13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롯데 선수 중 홍성흔 보다 홈런과 타점이 더 많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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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은 잦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28타점과 23도루를 기록했다.
홍성흔과 김주찬이 이번 시즌 롯데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롯데는 좀더 편안하게 4강 싸움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홍성흔만 있었더라도 롯데 타선의 무게감은 지금 보다 훨씬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찬을 붙잡았다면 팀 안타와 도루 숫자가 늘어났을 것이다. 단 구단의 인건비 지출은 대폭 증가했을 것이다.
당장 올해의 팀 성적을 갖고 FA계약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5년 연속으로 진출했던 포스트시즌에 못 나갈 경우 롯데팬들의 상실감은 클 가능성이 높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