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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형이다."
단순히 대단한 활약의 수준을 넘어 천재적인 소질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삼성-KIA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원정팀 덕아웃에서는 자연스럽게 류현진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선 감독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류현진은 지난달 31일 샌디에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13승째를 올렸고, 이번 주말 등판이 예정된 터라 허 위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허 위원은 "류현진이 선발투수로서 능력도 능력이지만 타석에서도 능숙하게 대응하는 걸 보면 기특하다"면서 "특히 류현진의 번트를 보라. 그동안 시도한 희생번트가 실패한 게 한 번도 없었다. 투수가 번트까지 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 감독은 과거 일본리그 시절을 떠올리며 곧바로 수긍했다. "나도 센트럴리그에서 뛸 때 타자로 나선 적이 있는데 번트를 대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인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이어 선 감독은 류현진에 대한 칭찬을 이어나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해부터 이 정도의 성적을 거둔다는 것부터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보통 선발 투수가 크게 패전하고 나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류현진은 올해 그런 부진도 없다. 그것도 빅리그에서…" 등이 선 감독의 칭찬 요지였다.
선 감독의 칭찬 수위는 더 올라갔다. 선 감독은 "류현진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공이 다소 높게 들어갔는데 경기를 치를 수록 향상됐다. 요즘엔 낮에 깔리면서 들어가는 등 제구가 잘된다"면서 "류현진이 천재형인 것은 맞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자 허 위원은 "야구 IQ로 따지면 아인슈타인급"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도 투수 대선배로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류현진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평소 훈련을 강도높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불펜 피칭도 설렁설렁 던지는 듯 하다가도 마운드에 올랐다하면 무섭게 변했다. LA 다저스에 입단해서도 류현진의 '설렁설렁 스타일'이 미국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류현진이 아직 젊으니까 괜찮겠지만 나중에 나이 먹을 때를 생각해서 미리 훈련을 많이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에 전지훈련을 갔을 때에도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류현진의 훈련량이 적은 것을 우려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선 감독 입장에서는 유망한 후배가 젊음을 믿었다가 나이 먹어 고생하지 말고 미리 준비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선 감독은 "나는 주니치에 있을 때 밸런스를 잡기 위해 롱토스 훈련을 무척 많이 했고, 효과도 봤다. 다른 일본 투수들도 나중엔 따라 하더라"면서 투수로 살아가는 '비법'을 살짝 보여주기도 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