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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웃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리 그 어떤 활력 넘치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배트를 놓은 채 묵묵히 베이스를 돌고 들어와 덕아웃으로 향했다. 홈런을 치고도 웃지 못하는 4번타자, KIA 나지완의 침묵 속에는 팀이 시즌 내내 반복적으로 겪어온 열악한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사실 이 홈런은 NC를 향한 KIA의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9회초에 어이없이 대량실점을 하는 바람에 빛이 바라고 말았다. KIA는 8회말 김주형의 솔로홈런이 터지면서 1-4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나지완의 2점포가 곁들여졌으면 3-4, 충분히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점수차가 될 뻔했다. 그런데 9회초에 등판한 손동욱이 2사 후 연속 볼넷 2개로 만루위기를 자초한 뒤 급하게 바뀐 투수 유동훈이 주자 일소 2루타를 맞아 1-7로 스코어가 벌어지고 말았다.
나지완의 2점 홈런은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다. 홈런을 치고 굳어버린 나지완의 표정에는 시즌 내내 반복된 KIA의 현실이 담겨있다. 추격의 실마리를 잡았는가 싶었는데, 불펜의 대량실점으로 그 기회를 날린다거나 투수진이 잘 막아줬는데 끝내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투타 엇박자'가 결국 올해 KIA의 발목을 잡아버린 것이다.
다만 나지완의 고군분투가 직접적으로 팀 승리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불편할 뿐이다. 나지완은 과연 언제쯤 홈런을 치고 다시 활짝 웃을 수 있을까. KIA의 투타가 불협화음이 아닌 조화를 이룰 때, 나지완의 활력 넘치는 모습도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