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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팔' 유창식 325일만 선발승, 심리불안 없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8-11 21:33



'7억팔' 한화 유창식이 드디어 첫 선발승을 따냈다. 325일만에 거둔 선발승이다.

경기 전 한화 김응용 감독은 "오늘? 승리투수가 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비단 김 감독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장기간 리빌딩에 들어가야 할 한화로서는 반드시 성장해줘야 하는 선수다. 한화가 제2의 류현진으로 키우려는 '7억팔' 좌완 유창식이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1실점하며 올시즌 첫 선발승을 올렸다. 지난해 9월 20일 잠실 LG전(6이닝 1실점) 이후 325일만이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에게 "우린 선발투수들이 4번 나오면 한 번 정도 잘 던지는 것 같아"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11대5 대패 과정에서 투수진이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기대를 갖고 육성하고 있는 좌완 신인 송창현이 전날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뒤이어 등판한 우완 기대주 이태양마저 2이닝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5회까진 던져야지. 어제처럼 1회에 그래 버리면 승부가 빨리 결정나니까 재미가 없잖아"라며 "투수가 항상 점수를 줘서 그렇지. 안타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타격 페이스가 올라온 만큼, 유창식이 잘 던져주기만 하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계약금 7억원을 받고 지난 2011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은 올시즌 선발등판한 7경기서 6패 평균자책점 13.00을 기록했다. 5회를 채운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4이닝이 최다 이닝이었다.

벤치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지 못했을 때도 있지만, 워낙 좋지 않았다. 잦은 조기강판에 점점 움츠려 들어갔다. 부진으로 인한 2군행, 어깨 통증으로 인한 2군행이 계속 됐다.

사실 유창식은 시즌 전부터 제구력을 잡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하지만 일정치 않은 투구폼 탓에 릴리스포인트가 던질 때마다 달라졌다. 제구력이 잡히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조차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연습 때 잘 던지다가도 실전등판만 하면 투구밸런스가 흔들렸다. 이는 분명 심리적인 문제였다. '잘 던져야 한다'는 실전의 압박, 주자를 내보냈을 때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1,2루 넥센 대타 오윤을 2루수 병살타로 잡으며 이닝을 마친 한화 선발 유창식이 수비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8.11/
이날은 제구력이 괜찮았다. 다소 탄착군이 흐트러지다가도 어느 정도 빨리 잡히는 모습이었다. 유창식은 이날 83개의 공 중 직구 46개, 슬라이더 28개를 던졌다. 커브(6개)와 포크볼(3개)를 섞긴 했지만, 거의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 패턴이었다.


무엇보다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효과적이었다.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기에 매력적으로 들어갔다. 종으로,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에 넥센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탈삼진 4개 중 2개는 슬라이더가 결정구였다. 범타 유도에도 능했다.

유창식은 이날 1회를 제외하고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2회 2사 2루, 3회 1사 2루, 4회 1사 1루, 5회 1사 1,2루 위기를 모두 실점 없이 넘겼다.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가 조급하게 나온 측면도 있지만, 주자가 나가도 침착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돋보였다.

유창식은 6회 선두타자 문우람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첫 실점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들어온 4구째 135㎞짜리 직구가 너무 높게 들어갔다. 치기 좋은 눈높이로 들어간 공이었다. 유창식은 마운드를 김광수에게 넘기고 강판됐다.

이날 최종 기록은 5이닝 3피안타(1홈런 포함) 2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 이전까지 5이닝을 채운 적이 없었기에 올시즌 최다이닝 투구였다.

무엇보다 주자가 나갔을 때 실점하지 않는 모습. 그동안 심리적으로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털어낸 점이 긍정적이었다. 과연 유창식이 남은 시즌, 기대에 부응하는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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