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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서예를 다시 시작해볼까요."
4번타자로서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팀에 미안한 마음만 커진다. 강민호는 "앉아있는 강민호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서있는 강민호는 정말 형편없다"고 말했다. 올시즌 포수로서의 활약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타석에서 부진한 상황을 자책하는 표현이었다.
그렇게 고민을 드러내던 강민호는 "서예를 다시 해볼까"라는 얘기를 꺼냈다. 사연은 이렇다. 사인을 하고 있는 강민호를 본 이효봉 XTM 해설위원이 "필체가 좋다"고 칭찬하자 강민호에게서 "초등학생 때 3년이나 서예를 배웠다. 교내 대회에서 큰 상을 수상해 구령대에 올라가기도 했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활발하기만 했던 개구쟁이 강민호에게 차분함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님께서 서예를 권했고, 강민호도 서예에 흥미를 느껴 곧잘 글을 썼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여러차례 상을 받을 정도로 서예 실력이 뛰어났다. 남성미 넘치는 이미지의 강민호가 다소곳이 앉아 붓글씨를 쓰는 모습을 상상하는 자체가 힘들고 재밌는 일. 어쨌든 초등학생 때 했던 서예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도, 최근 마음 먹은대로 야구가 안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는 심경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픈 마음이 큰 것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