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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손민한은 극도로 부진했다. 극찬받던 '아트피칭'은 없었다.
3회까지 투구수만 무려 72개.
경기초반은 괜찮았다. 이종욱 민병헌 김현수를 삼자범퇴시켰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는 일품이었다. 자연스럽게 오른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휘는 공의 위력도 괜찮았다.
그런데 2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최준석과 홍성흔을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하지만 2사 후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준 뒤 도루까지 허용했다. 이어 이원석에게도 볼넷.
갑자기 조금씩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다. 승부구였던 바깥쪽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하면서 조금씩 흔들렸다. 결국 양의지 김재호에게 연속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뒤이어 이종욱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줬다. 안타를 허용한 공 모두 가운데로 향한 실투였다.
3회에도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중전안타, 최준석에게 볼넷을 내줬다. 폭투까지 나왔고, 이원석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그리고 양의지에게 몸에 맞는 볼까지 던졌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씨, 좌우 코너워크에 인색한 스트라이크 존 등을 고려해도 손민한답지 않은 투구였다.
반면 두산의 대응전략은 완벽히 적중했다. 최근 두산의 타선은 물이 올랐다. 그런데 여기에서 좋은 팀워크까지 곁들였다.
손민한의 올 시즌 한계투구수는 90~100개 사이다. 두산 타자들은 타석에서 많이 기다렸다. 손민한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오재원이 중심에 있었다. 첫 타석에서 7구째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만들어냈다. 결국 점수로 연결했다. 3회에도 삼진을 당하긴 했지만, 9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었다.
두산 타자들은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좁힌 채 기회를 엿봤다. 결국 손민한은 4회 마운드를 손정욱에게 물려주고 강판됐다.
손민한 답지 않았던 경기. 두산의 효과적인 대응이 손민한의 '아트피칭' 실종을 만들어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