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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 타순, LG의 새로운 무기가 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6-30 12:04 | 최종수정 2013-06-30 12:04



변화무쌍한 타순, LG의 새로운 강점이 되고 있다.

야구에서 전력이 안정된 팀들은 타순을 크게 바꾸지 않는게 보통이다. 야구가 잘되는 상황에서 굳이 잘해주는 선수들을 뺄 이유도 없고, 타순을 바꿔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흐트러뜨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력이 안정되지 못하거나 하락세인 팀들이 타순을 자주 바꾼다. 야구가 안되니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최근 LG 야구를 보면 아이러니컬하다. 상승세가 무섭다. 신바람 야구가 부활하고 있다. 그런데 거의 매경기 타순이 바뀐다. 한두명이 바뀌는게 아니다. 27일과 28일 SK전을 보자. 27일에는 오지환-정성훈-박용택-정의윤-이병규(9번)-문선재-이진영-손주인-현재윤이 선발로 나섰다. 28일 경기에는 김용의-박용택-이진영-정의윤-이병규(9번)-정성훈-오지환-손주인-현재윤 순으로 선발라인업이 구성됐다.

사실 LG의 타순 고민이 시작된건 좋지 않은 사정 때문이었다. 1번과 2번 타순이 문제였다. 김기태 감독은 발이 빠른 이대형이 1번 역할을 해주고, 펀치력이 있는 오지환이 2번이나 6번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이대형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오지환을 1번에 투입하게 되니, 2번 타순에 나서는 선수들이 성에 차지 않았다. 매경기 2번 타순을 바꿨다. 중심타선도 마찬가지였다.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으로 중심타선을 꾸리려 했지만 정성훈의 체력저하와 이진영의 부상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그런데 고생 끝에 낙이 온 격이 됐다. 변화무쌍한 타순이 이제는 LG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다. 팀이 연승을 달려도 김 감독은 상대팀, 상대선발 등에 따라 타순에 큰 변화를 준다. 조금이라도 더 상대방을 압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도 중요한 체크 요소다. 29일 김용의가 시즌 첫 1번타자로 나선 것도 오지환의 체력안배 차원이었다.

이렇게 매경기 타순을 바꿀 수 있는건 결국 선수들의 능력과 희생정신이 동반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선수들이 상위타순, 중심타순, 하위타순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투입되다보니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됐다. 또, 희생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 선수들을 보자. 중심으로 나서던 선수들이 갑자기 하위 타선으로 밀리거나 테이블세터에 배치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평소 이어온 경기 감각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낸다. 출루가 필요한 타순에 배치되면 스윙을 줄이고 어떻게든 살아나가려 애쓴다.

매경기 달라지는 타순에 상대팀은 투수 교체 등 경기 운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LG의 변화무쌍한 타순, 어려움 속에 시작됐지만 지금은 LG의 새로운 팀 컬러로 자리잡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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