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워? 난 아직 추운데."
스승과 제자의 정을 이어받아 감독과 수석코치로 의기투합해 한화의 재건을 내걸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객관적으로 열악한 팀 전력을 가지고 당장 중위권으로 도약하는 것부터가 무리였지만 신생팀 NC에게까지 밀리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6연패의 수렁에 빠진 가운데 막강 선두 삼성을 주중 경기 대상으로 만났다.
가끔 애써 초연한듯 가벼운 말을 던지지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
김 감독은 먼저 푹푹 찌는 요즘 날씨가 덥기는 커녕 오히려 춥다고 했다. "무더위를 느낄 여유도 없다. 여전히 춥다"며 한 손으로 가리킨 곳은 가슴이었다.
속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처럼 써늘하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답답한 팀 성적 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주중 경기 첫날 삼성 감독-사장 시절 코치로 거느리던 류중일 감독을 맞이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25일 류 감독이 인사를 하러 한화 덕아웃을 방문하자 안타까움 가득한 뼈있는 농담이 오갔다.
류 감독이 "오늘 비가 와서 홈팀 한화는 타격 훈련 조금이라도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김 감독은 "비오기 전에 조금했지. 그런데 훈련하면 뭐해. 상대가 삼성인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됐으니 실내훈련장을 알아보려는 류 감독을 향해서도 짐짓 신경전을 걸었다.
"내가 삼성 감독으로 있을 때는 오늘처럼 비오는 날 훈련 안했어. 뭘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그러나? 여기 근처 보문산 자락 식당에 가서 닭백숙이나 먹고 푹 쉬어."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삼성같은 강팀이 한화를 이기겠다고 달려드는 것을 저지하고 싶은 경계심도 깊게 묻어났다. 겉으로는 웃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고충이 가득 배어있던 것이다.
이런 김 감독을 모시는 김 수석코치 역시 마음 편할 리가 없다. 류 감독이 "어째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요"라고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자 김 수석코치는 "지금 내가 살이 빠지지 않았으면 이상한 것이여"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김 감독과 김 수석코치는 선수들 앞에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무거운 짐은 코칭스태프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