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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이 2군 경기를 챙겨보는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6-20 19:45 | 최종수정 2013-06-21 07:08



"암, 무조건 봐야지. 기록도 중요하지만 직접 봐야 안다고."

NC 김경문 감독은 매일 훈련 전 감독실에서 'TV 삼매경'에 빠진다. 드라마도 예능프로그램도 아니다. 김 감독은 최근 시작된 퓨처스리그(2군) 중계에 푹 빠졌다.

20일 마산구장. 이날도 어김없이 강진에서 열린 넥센과 NC의 2군 경기를 시청하고 덕아웃에 나왔다. "오늘 넥센한테 완전 박살나던데"라며 웃었지만, 경기 만큼은 '매의 눈'으로 봤다.

이날 NC는 넥센 2군에게 1대13으로 패배했다. 1군 선발투수 둘을 당해내지 못했다. 넥센은 현재 2군에 내려가있는 선발 김병현과 강윤구에게 9이닝을 모두 책임지게 했다. 이틀 연속 우천취소로 인해 등판기회가 없었던 김병현과 강윤구는 나란히 5이닝, 4이닝을 던졌다.

김 감독은 2군 경기를 챙겨보는 이유에 대해 "요즘은 1군과 2군의 차이가 크지 않다. 지금 2군에 있다고 계속 2군 선수가 아니다. 직접 봐야만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때 또 선수를 만들 수 있다. 몇 이닝 몇 실점, 몇 타수 몇 안타. 기록도 중요하지만, 직접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날 6회 등판해 1이닝 3피안타 1실점한 윤형배에 대해 언급했다. 투구수는 26개, 직구 최고구속은 147㎞였다. 윤형배는 지난 15일 롯데전(1이닝 1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두번째로 퓨처스리그에 등판했다.

김 감독은 "형배가 오늘 많은 걸 배웠을 것이라고 본다. 1군에서 던지는 선발투수들의 공을 보고, '변화구 구사는 언제 어떻게 하는지, 공의 높낮이가 어떻구나'라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이런 건 경기가 아니면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넥센의 경기에서 5회초 등판한 NC 윤형배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09/
윤형배는 올시즌 NC가 우선지명한 우완투수. 천안 북일고 재학 시절 고교 투수 중 으뜸으로 꼽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윤형배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강하게 크길 바라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자신감을 갖고 가되, 지금 시간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최근 퓨처스리그 중계를 보면서 보석을 발견했다. 바로 전날 경기서 8회 세번째 투수로 등판해 좌타자 세 명을 상대한 좌완 이상민이다. 경북고-동의대를 졸업한 이상민은 올해 7라운드 전체 66순위로 입단한 신인. 퓨처스리그 15경기서 5홀드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지난 15일 올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단순히 성적만 좋아서 올린 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KIA와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봤다. NC의 첫 퓨처스리그 중계일이었다. 김 감독은 이상민의 피칭에 감탄했다.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도망가지 않고 씩씩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있었다.

김 감독은 "보통 자신이 없으면 볼, 볼, 볼 하면서 볼넷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민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더라. 나와서 싸울 줄 아는 게 프로다. 어제 경기를 봐라. 좌타자를 상대로 쓸 수 있는 투수가 생겼다"며 웃었다.

그동안 NC엔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없었다. 노성호가 있지만, 긴박한 상황에선 볼을 남발했다. 하지만 그때 2군에서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지는 이상민을 발견했다. 이상민은 1군에 올라온 뒤 3경기서 1⅓이닝 1실점을 기록중이다. 전날 LG의 좌타자 3명을 상대할 때도 다소 아쉬운 수비만 아니었으면 실점 없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을 수 있었다.

비교적 하위라운드에 지명된 이상민, 그리고 우선지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윤형배. 하지만 둘의 위치는 정반대다.

김 감독은 "프로에 와서는 계속 고등학교 때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다르다. 고교 땐 그 선수가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갔을 지 몰라도, 프로는 아니다. 그런 걸 빨리 느끼고, 미리 준비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6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프로야구 NC와 삼성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NC 이상민.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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