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뜨거운 연승 기세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한화와의 대전 원정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연승 숫자를 '9'로 늘렸다.
나지완이 만든 역전을 지켜낸 것은 이날 깜짝 불펜으로 등장한 좌완투수 양현종이었다. 지난 15일 광주 SK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3실점으로 시즌 8승째를 따냈던 양현종은 이날 불펜 대기를 자원했다. 어차피 이 경기를 하고 나면 KIA가 4일간의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컨디션과 투구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실전에 나서는 것이 좋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 감독은 경기 전 "양현종이 불펜으로 나서겠다고 하는데,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었다.
때마침 양현종이 나설 타이밍이 됐다. 이날 KIA 선발로 나선 윤석민이 5이닝 3실점을 한 상황이다. 1점차로 뒤진 상황이라면 강한 불펜을 투입해 추격을 해야 하는데, 양현종 이상의 카드가 없었다. 결국 선 감독은 6회부터 양현종을 투입했다.
양현종의 호투는 KIA 타선의 집중력을 이끌어냈다. 나지완이 7회 역전 스리런을 치면서 전세를 뒤집었고, 8회에도 1사 후 김선빈과 이용규 안치홍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추가해 승기를 굳혔다. KIA 마무리 투수 앤서니는 9회에 나와 안타 1개를 허용했으나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시즌 20세이브째를 달성해 이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KIA의 외국인 투수가 20세이브를 달성한 것은 앤서니가 처음이다.
이날 결승타를 친 나지완은 "전 타석까지 계속 찬스가 왔는데, 범타가 나와 위축되기도 했지만 더 집중해서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슬라이더가 실투성으로 들어왔는데, 이를 놓친 뒤 좀더 왼쪽 어깨를 닫고 타격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승리투수가 된 양현종은 "선발과 달라 중간에서 대기하다보니 긴장이 좀 됐다. 마음도 급해지고 그랬는데, 다행히 컨디션이 좋아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오늘 승리도 좋지만, 매 이닝 좋은 공을 던진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9연승을 달성한 선 감독은 "연승에도 긴장을 풀지 않고, 계속 집중력을 보여주며 열심히 해준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휴식 기간동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