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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구종을 구사하는 것은 당연히 투수에겐 이로운 일이다. 잘던지는 구종이 많을수록 투수는 상황과 타자에 맞게 공을 던질 수 있고, 타자는 투수가 무엇을 던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게 된다.
윤희상은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 때 김진우를 찾아가 커브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16일 광주 KIA전서 중간계투로 등판했을 때 '김진우표' 커브를 던졌다고. "안치홍에게 진우형에게서 배운 빠른 커브를 던져봤는데 안타를 맞았다"고 했다.
윤희상이 포크볼을 독학으로 배운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좋은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우에하라 고지(보스턴)나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 일본의 유명 선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포크볼을 익혔고, 이젠 윤희상은 대표적인 포크볼러로 통할 수준의 포크볼을 던진다.
LA 다저스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류현진은 자신의 주무기가 된 서클 체인지업을 금세 배워 화제가 됐었다. 데뷔때인 2006년 당시 팀의 대 선배였던 구대성에게서 배웠다. 빠른 직구에 커브 등 두가지 구종을 주로 썼던 류현진은 다른 구종이 필요했다. 구대성을 졸라 체인지업을 배운 것이 4월. 그런데 6월부터 실전에서 쓰기 시작했고, 류현진은 승승장구하며 그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그러나 새로운 구종을 배우는 것이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KIA 양현종은 커터를 배웠다가 오히려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케이스로 꼽힌다. 부진의 이유가 커터 때문은 아니지만 영향을 끼쳤다는 것. 롯데의 이재곤도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지나 못했다. 2010년 싱커 하나로 8승을 거뒀던 이재곤은 2011년 커브를 연마해 한단계 더 성장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커브를 배우느라 자신의 대표 구종이었던 싱커가 무뎌졌다. 2년의 부진을 보인 이재곤은 올시즌 싱커의 위력을 되찾으며 5월말 1군에 올라온 이후 3승1패의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구종 하나에 투수의 인생이 바뀔 수 있으니 야구란 참 모르는 스포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