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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마무리 봉중근, "부담, 자신, 책임, 긴장 다 있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6-18 00:01 | 최종수정 2013-06-18 06:46


6연패의 넥센과 상승세의 LG가 스윕 시리즈를 놓고 16일 잠실에서 만났다. LG 마무리 봉중근이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넥센 강정호를 병살로 처리하고 좋아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16/

6연패의 넥센과 상승세의 LG가 스윕 시리즈를 놓고 16일 잠실에서 만났다. LG 마무리 봉중근이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넥센 강정호를 병살로 처리하고 좋아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16/

6연패의 넥센과 상승세의 LG가 스윕 시리즈를 놓고 16일 잠실에서 만났다. LG 마무리 봉중근이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넥센 강정호를 병살로 처리하고 포수 현재윤과 포옹하며 좋아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16/

LG 야구. 확실히 달라졌다. 프로야구판을 집어삼킬 기세로 넘실거리는 변화의 물결. 그 속에 풍덩 빠져 보면 수 많은 새로운 물줄기가 엉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중 가장 큰 물줄기 중 하나? 뒷문지기다. 지난 '암흑의 10년' 동안 LG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잠깐씩 있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올시즌 만큼은 있다. 봉중근(33)이다. 종반 리드를 잡으면 승리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 잠실벌에 퍼지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봉중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16일 넥센전에 조기 투입된 그는 위태로움 속에서도 기어이 한점 차 리드를 지키며 주말 3연전 스윕을 완성해 냈다. 9회 1사 만루에서 강정호를 병살로 잡아낸 뒤 그는 격하게 환호했다. "저는 삼진보다 더블(병살 플레이)을 더 좋아합니다. 솔직히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딱 하나 병살 밖에 없다 생각하고 체인지업으로 승부에 들어갔습니다."

이틀 전 바로 넥센 전. 그는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투구수도 30개로 많았다. 그럼에도 봉중근은 8회 등판을 자청했다. "차(명석) 코치님께서 제가 6일 동안 안 던져서(6월6일 두산전~6월13일 한화전) 스피드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8회 등판 전에 불펜에서 피칭을 하는데 하체를 이용해 던져보니 직구 힘이 좋더라구요. 감독님께서 (등판) 의사를 물으시길래 무조건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23경기에서 15세이브. 블론세이브는 딱 1번이다. 0.36의 평균자책과 0.92의 WHIP. 8개 구단 소방수 중 최우수급 성적이다.

진땀 승리를 완성하는 마무리 투수.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머릿카락이 쭈뼛쭈뼛 설만큼 극도의 긴장 상태를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멀쩡하던 불펜 투수가 마무리 전환 뒤 와르르 무너지는 이유도 심리적 압박감 탓이다.

LG의 거침 없는 승승장구. 마무리 투수의 심정은 어떨까. "솔직히 부담되죠. 저도 그래요.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제가 사실 (오)승환이나 (손)승락이처럼 경험 많은 마무리 투수가 아니잖습니까. 어쨌든 최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금 이 상황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격정의 세리머니. 상상하기 힘든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잠시 날려버릴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1년 전 그날. 지난해 6월22일 잠실 롯데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화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LG의 희망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1년이 흐른 시점. 그는 어떤 생각이 들까. "마음의 변화가 있었죠. 이제는 마인드 컨트롤이 돼요. 제 승부욕이 덕아웃까지 이어져서 마구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어쨌든 저의 큰 실수가 팀에 누를 끼쳤죠. 많은 공부가 됐어요."

봉중근의 으뜸 목표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이를 위한 교두보로 자신의 세이브 수치가 의미를 지닌다. "15세이브에 만족하느냐고요? 한달에 6세이브씩 하자고 마음 먹고 있으니까 괜찮은 페이스인거죠." 이대로 순항하면 30세이브 달성이 가능하다. 그가 시즌 끝까지 듬직하게 버텨준다면 LG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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