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피해갈 수 없는 '연례행사'가 드디어 시작됐다. 전국이 장마철을 맞이했다.
하지만 KIA의 입장에서도 우천으로 인해 한 두 경기쯤 쉬는 것이 크게 나쁘지만은 않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지친 불펜에 새 활력을 주입한다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불펜진의 체력 저하 현상이다. 화려하게 보이는 '7연승'의 결과물에 비해 내상이 깊었다. 일단 이 기간에 KIA 불펜이 거둔 수확은 1승 8홀드 5세이브.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결과물이다. 이 성적으로만 보면 KIA 불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살펴보면 한 마디로 '외화내빈'의 전형이었다. 이 기간에 KIA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6.05나 됐다. 전체 7위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역시 1.76으로 9개 구단 중 6위였다. 무엇보다 볼넷과 삼진의 분배가 매우 좋지 못했다. KIA 불펜은 7경기에서 12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삼진은 겨우 9개 밖에 잡지 못했다. 9개 구단 불펜 중에서 유일하게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고, 또한 유일하게 삼진 숫자가 10개 미만이다. 제구력이 흔들린 결과다.
필승조인 신승현과 송은범이 나란히 이 기간 평균자책점 9.00(6경기 출전)을 기록했고, 베테랑 유동훈 역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0을 찍었다. 마무리 앤서니 또한 5세이브를 수확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4.26으로 얻어맞았다. 결국 현재 KIA불펜은 '피곤하다'고 진단할 수 있는 상황. 이런 시기라면 우천 취소로 인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불펜진의 어깨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올해 KIA 타자 중에 가장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는 누구일까. KIA 선동열 감독은 단연 김선빈을 꼽는다. 김선빈은 다른 타자들이 들쭉날쭉 하는 동안에도 시즌 개막부터 현재까지 시종일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해왔다. 팀내 최다안타 공동 1위(63개)와 도루 단독 1위(21개) 등의 성적에서 김선빈의 활약상이 드러난다.
이런 김선빈이 최근에는 부쩍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여름철에 접어들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선빈의 7연승 중 타율은 2할7리에 머물렀다. 김선빈을 처음 발탁했던 전임 조범현 감독이나 선 감독 모두 '김선빈 사용법'에 관한 메뉴얼이 있다. 체력 안배를 위해 시즌 중간쯤 되면 가끔 휴식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격과 수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김선빈을 쉽게 빼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의 장맛비는 절호의 기회다. 김선빈이 자동적으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빈과 더불어 장마로 인한 휴식이 반가울 선수는 바로 이범호다. 올해 드디어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돼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를 받았던 선수. 그러나 6월초부터 허벅지 상태에 다시 이상이 감지됐다. 그래서 이범호는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다행히 지난 15일 광주 SK전에서 9일-6경기 만에 경기에 나와 2루타를 터트리며 부활을 예고했었다. 이어 다음날에도 SK와의 홈경기에 나와 7회말 시원한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타격감이 서서히 살아나는 동시에 부상에서 회복됐다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이런 시기가 어쩌면 이범호에게는 가장 위험한 때일 수도 있다. 부상에서 회복됐다는 기쁨, 타격감도 돌아왔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간 팀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조급함 등이 자칫 스스로를 무리하게 이끌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컨디션과 타격감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한 박자 쉬는 것이 이범호에게는 더 안전하다. 결국 시즌 막판까지 활약을 이어가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