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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진도 좋았고, 불펜도 괜찮았다. 이택근과 박병호 강정호로 짜여진 클린업트리오는 막강했고, 김민성 이성열 유한준로 이어지는 6~8번 하위타선은 다른 팀의 중심타선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팀 홈런 1위에 장타율 선두를 달렸다. 수비도 안정적이어서 실책이 9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뛰는 야구, 기동력 야구가 뿌리를 내리면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투톱을 형성해 엎치락뒤치락 선두경쟁을 이어갔다.
백업인 김민우와 신현철은 팀 전력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축선수가 아니다. 백업으로서 유용한 자원이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들이 빠졌다고 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구는 섬세한 스포츠, 분위기를 타는 종목이다. 이들의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히어로즈 선수단 분위기는 다소 침체됐고,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15일 LG전에서는 심판의 오심이 경기 전체 흐름을 바꿔놓았다. 16일에는 치명적인 수비실책이 나왔고, 경기 후반 두 차례의 만루찬스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빈틈이 적고 역동적인 히어로즈다운 플레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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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현재 32승1무23패. 최근 7연패를 당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아직도 승수가 패수보다 9개가 많다. 보통 연패에 빠지면 선수단 전체가 집단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히어로즈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히어로즈 관계자에 따르면 16일 LG전 때 경기 내내 투수 전원이 따로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스파이크를 신고 대기를 했다고 한다. 또 경기 전에는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인 이성열, 김병현이 미팅 직후 선수단 전체에 파이팅을 주문했다고 한다. 3연전 막지막 날 9회 주장 이택근은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데도 3루 번트 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투혼을 보여줬다.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단독 선두를 질주할 때도 "삼성같은 강팀은 한 시즌에 2~3번 정도 고비가 있을 것이고, 우리같은 팀은 4~5번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본다.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지금 상황이 염 감독이 예상했던 이번 시즌에 처음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충분히 예상을 한 만큼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6월에 이런 위기가 온 게 다행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7연패 후 4일 휴식도 반갑다. 히어로즈는 지난 4월 첫번째 휴식에서 돌아와 삼성전 스윕을 포함해 4연승, 5월 두번째 휴식 후에는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앞선 두번의 휴식을 효율적으로 활용을 해 팀 전력을 다졌다. 이번 휴식을 계기로 선발진을 재정비할 수도 있다.
휴식 후 일정 또한 나쁘지 않다. 이번 주말부터 홈에서 NC 다이노스, SK 와이번스와 3연전을 치른 뒤 대전으로 이동해 한화 이글스를 상대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