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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패 넥센,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6-18 10:10 | 최종수정 2013-06-18 10:10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1,3루서 넥센 이택근의 적시타 때 홈에 들어온 3루주자 장기영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14.

선발 투수진도 좋았고, 불펜도 괜찮았다. 이택근과 박병호 강정호로 짜여진 클린업트리오는 막강했고, 김민성 이성열 유한준로 이어지는 6~8번 하위타선은 다른 팀의 중심타선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팀 홈런 1위에 장타율 선두를 달렸다. 수비도 안정적이어서 실책이 9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뛰는 야구, 기동력 야구가 뿌리를 내리면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투톱을 형성해 엎치락뒤치락 선두경쟁을 이어갔다.

그랬던 넥센 히어로즈가 지난 주말 3연전에서 LG 트윈스에 스윕을 당했다. 이번 시즌 첫 스윕패였다. 선두 삼성과 격차가 2.5게임으로 벌어졌고, 5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3위 LG에 반게임차로 쫓기고 있다.

악재에 악재가 겹쳤다. 야구는 선수 개인의 능력이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종목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체 스포츠이다. 분위기에 민감하다. 크게 보이지 않는 요소가 전체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지난 주 히어로즈는 내야수 김민우의 무면허 음주운전사고가 터졌고, 신현철의 음주운전 사고 사실이 뒤늦게 불거졌다. 또 12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 김병현이 조기 강판되면서 공을 상대팀 덕아웃 쪽으로 던져 퇴장을 당했다. 뚝심있는 야구, 산뜻한 플레이로 쌓아온 히어로즈의 긍정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백업인 김민우와 신현철은 팀 전력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축선수가 아니다. 백업으로서 유용한 자원이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들이 빠졌다고 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구는 섬세한 스포츠, 분위기를 타는 종목이다. 이들의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히어로즈 선수단 분위기는 다소 침체됐고,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15일 LG전에서는 심판의 오심이 경기 전체 흐름을 바꿔놓았다. 16일에는 치명적인 수비실책이 나왔고, 경기 후반 두 차례의 만루찬스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빈틈이 적고 역동적인 히어로즈다운 플레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던 브랜드 나이트, 밴헤켄, 김병현, 강윤구, 김영민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진도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6월에 열린 1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게 세 번 뿐이었다. 9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7연패 중에는 딱 한차례 퀄리티스타트가 나왔다. 이 기간의 팀 평균자책점이 5.43, 팀 타율이 2할4푼4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36, 시즌 팀 타율 2할7푼2리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에 운도 따르지 않았다.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넥센 김병현이 몸을 풀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도중 교체되면서 상대편 아웃을 향해 공을 던졌던 김병현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벌금 2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14.
현재 가장 시급한 게 선발진 재정비로 보인다. 그렇다고 히어로즈가 지금 이 시점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히어로즈에는 여전히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17일 현재 32승1무23패. 최근 7연패를 당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아직도 승수가 패수보다 9개가 많다. 보통 연패에 빠지면 선수단 전체가 집단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히어로즈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히어로즈 관계자에 따르면 16일 LG전 때 경기 내내 투수 전원이 따로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스파이크를 신고 대기를 했다고 한다. 또 경기 전에는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인 이성열, 김병현이 미팅 직후 선수단 전체에 파이팅을 주문했다고 한다. 3연전 막지막 날 9회 주장 이택근은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데도 3루 번트 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투혼을 보여줬다.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단독 선두를 질주할 때도 "삼성같은 강팀은 한 시즌에 2~3번 정도 고비가 있을 것이고, 우리같은 팀은 4~5번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본다.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지금 상황이 염 감독이 예상했던 이번 시즌에 처음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충분히 예상을 한 만큼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6월에 이런 위기가 온 게 다행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7연패 후 4일 휴식도 반갑다. 히어로즈는 지난 4월 첫번째 휴식에서 돌아와 삼성전 스윕을 포함해 4연승, 5월 두번째 휴식 후에는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앞선 두번의 휴식을 효율적으로 활용을 해 팀 전력을 다졌다. 이번 휴식을 계기로 선발진을 재정비할 수도 있다.

휴식 후 일정 또한 나쁘지 않다. 이번 주말부터 홈에서 NC 다이노스, SK 와이번스와 3연전을 치른 뒤 대전으로 이동해 한화 이글스를 상대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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