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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특명 "밴덴헐크를 다시 세워라"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6-12 23:06 | 최종수정 2013-06-13 06:33


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밴덴헐크의 피칭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하는 것과 동시에 유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밴덴헐크를 부활시켜라."

원인은 찾았다. 다시 세우면 된다.

시즌 3번째 4일휴식을 보낸 삼성 류중일 감독이 같히 체크하는 선수가 있다.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다.

현재 삼성에는 밴덴헐크에 대해 특명이 내려진 상태다. 무너진 투구 밸런스를 다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류 감독은 지난 7일 밴덴헐크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지만 2군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계속 1군에 남아 문제점 보완책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삼성에 처음 입단한 밴덴헐크는 올시즌 들어 지금까지 9경기에 출전해 3승2패, 평균자책점 4.19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꽃샘추위가 길게 이어졌던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밴덴헐크가 한국의 추운날씨에 아직 적응되지 않아서 컨디션 회복이 느린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지난 6일 넥센전 등판에서 적잖은 우려감을 노출했다. 당시 밴덴헐크는 불과 4이닝 만에 안타 8개를 맞고 5실점을 하면서 7대15 최다실점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다.


피안타와 실점도 문제지만 4사구(5개)가 종전 피칭보다 너무 많았다. 이 가운데 몸에 맞는 공은 3개에 달했다.

류 감독은 이튿날 곧바로 사실상 비상을 걸었다. 코칭스태프와 장시간에 걸쳐 비디오 분석을 하면서 밴덴헐크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파악했다.

류 감독은 "우선 발견된 문제점은 밴덴헐크의 팔이 다소 낮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칭을 할 때 공을 뿌리는 릴리스 포인트가 다시 낮아졌다는 것이다.

밴덴헐크는 원래 커다란 키(1m96)를 이용해 위에서 내리꽂는 강력한 피칭을 자랑하는 선수다. 두산의 니퍼트같은 고공타점 특급투수를 갖고 싶어했던 류 감독의 기대에 걸맞는 용병이었다.

그랬던 밴덴헐크의 릴리스 포인트가 최근에 스리쿼터처럼 낮아지면서 제구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한 것이다.

류 감독은 "넥센전에서 사구를 내주는 상황을 살펴보면 위에서 찍어내리지 못하고 측면 상단에서 어중간하게 던지는 게 발견된다"면서 "위에서 찍어내리듯 던져야 투구도 낮게 형성되는데 팔 높이가 낮아지다 보니 공이 옆으로 흐르고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류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밴덴헐크의 피칭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보통 시즌 중에 투수들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는 이따금 발생하게 마련이다.

밴덴헐크에게는 그 증세가 일찍 찾아왔을 뿐이다. 병을 치료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이 되레 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류 감독은 요즘 밴덴헐크의 피칭 장면 비디오 촬영을 직접 지휘하는 등 같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4일휴식 기간 동안에도 다른 선수들이 특별휴일을 얻었던 12일 밴덴헐크를 따로 불러 퓨처스리그 롯데전에 투입시켜 그동안 얼마나 개선됐는지 체크하도록 했다.

구단의 특별관리가 통했을까. 밴덴헐크는 이날 롯데전에서 7이닝 2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투구수 84개의 호투로 승리투수(5대1 승)가 돼 한숨을 돌리게 했다.

류 감독은 이 시기에 4일휴식이 겹친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어차피 6일 등판 이후 쉬어야 하는 밴덴헐크가 4일까지 벌었으니 안심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밴덴헐크를 다시 불러 올릴 류 감독은 이래저래 낮아지고 위축된 '헐크'가 다시 벌떡 일어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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