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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퇴장 사건 뒷얘기, 심판에 찍힐까 무서워 쉬쉬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6-13 07:28


넥센 선발 김병현이 12일 롯데전에서 퇴장 조치를 당했다. 심판 판정 불만으로 불순한 행동을 했다는 게 이유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05/

넥센 히어로즈는 이번 김병현 퇴장 사건에 대해 무척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김병현은 12일 부산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 4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보근에게 넘겨주고 내려오면서 공을 그라운드 쪽으로 던졌다. 그 공이 상대편 롯데 덕아웃 앞으로 날아갔다. 이 상황을 두고 문승훈 주심은 김병현이 주심 판정에 불만을 갖고 불손한 행동을 했다고 판단, 퇴장 조치를 했다.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두고 애매하다는 표정을 몇 번 지었다. 김병현이 던진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 직구가 판정이 애매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다 제가 잘못한 것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특별히 말할 게 없다"면서 "김병현이 1루수에게 공을 던지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개 투수들이 강판당할 때 자기가 쥐고 있던 공을 1루수나 3루수에게 던져주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김병현도 그 차원에서 1루수에게 던지려고 했던 게 롯데 덕아웃 쪽으로 잘못 간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넥센 구단은 이번 사건이 확산돼 여러 얘기가 오가는 걸 꺼렸다. 그래서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분위기의 밑 바탕에는 심판진에 나쁜 이미지로 낙인찍히면 더욱 중요할 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야구도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인기 프로스포츠 처럼 심판의 판정이 경기 결과나 흐름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의 경우 오심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 주로 나오는 얘기가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 야구를 보면 감독이나 선수들이 애매한 심판 판정에서 항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 심판과 격렬하게 싸워봐야 도움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좀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괜히 싸울 경우 구단이 심판들에게 괘씸한 팀으로 찍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순위 싸움에서 중요할 때 심판 판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심판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판은 그라운드의 포청천이다. 따라서 심판의 판정이 도전을 받을 경우 경기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판정에 실수가 있을 경우는 별도로 심판의 고가를 매겨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다보니 일부 팀에선 몇몇 심판들이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처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금의 오해라도 생기는 걸 두려워해 심판 판정을 놓고 충돌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구단이 먼저 찾아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게 관례가 돼 버렸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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