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대전 우천취소, 한화-LG 모두 웃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6-12 19:08


비 내리는 대전구장. 정재근 기자

분위기가 참 묘했다.

12일 대전구장. 오후 들어 그칠거란 빗줄기는 세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계속 이어졌다. 훈련에 큰 지장은 없을 정도. 시원한 샤워 속에 땀을 식히며 홈팀 한화와 원정 LG 선수들은 훈련을 마쳤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유남호 경기감독관을 찾았다. 김 수석코치는 "빗줄기가 강하지 않으니 오후 5시까지 기다려보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경기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며 순리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면서 비는 약해졌다. 하늘도 살짝 밝아졌다. 경기 개시는 무난해 보였다. 적지만 미리 온 관중들도 입장했다.

하지만 30분 뒤, LG 훈련 도중 갑자기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며 빗줄기가 굵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비는 계속 이어졌다. 이미 그라운드가 많이 젖은데다 약하나마 빗줄기가 그치지 않자 6시10분쯤 감독관이 심판위원과 함께 그라운드로 나섰다. 최종 체크 시간. 결과는 경기 취소였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궂은 날씨 속에서도 우비를 쓰고 경기 관전을 준비하던 양 측 응원석에서 장탄식이 터졌다.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 아쉬움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하지만 양 측 선수단으로선 크게 나쁠 것이 없는 취소 결정이었다. 홈 팀 한화로선 선발이 마땅치 않은 날이었다. 이날 선발로 예고된 김혁민은 4일 휴식 후 등판. 최근 경기였던 지난 7일 SK전에 2이닝 동안 피홈런 4개로 8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한 직후라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취소되자 한화는 13일 선발로 김혁민 대신 좌완 이브랜드를 선발 예고했다.

최근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LG. 우천 취소가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속내를 살펴보면 굳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LG는 외국인 에이스 주키치가 2군에 내려가 있다. 사실상 4인 선발 로테이션. 경기를 꼬박꼬박 하면 한번씩 펑크가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키치 공백에도 불구, LG는 투수 대신 야수 2명(현재윤 이병규)을 엔트리에 올렸다. LG 김기태 감독은 "주키치 대신 누구를 선발로 쓸 것이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장마철이 시작되는 시기임을 염두에 둔 행보. 야수를 충분히 활용하다 임시 선발이 필요할 때 투수를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다. 당초 이번 주말 당장 LG는 임시 선발 1명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때마침 내려진 우천 취소는 반가운 일. 비 덕분에 적어도 이번주 만큼은 임시 선발 없이 4명의 선발로 꾸려갈 수 있게 됐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상대인 넥센과 주말 3연전. 투수력을 최대한 아껴 쏟아부음으로써 위닝 시리즈를 이어가야 한다. 양 팀 모두 싫지 않았던 대전 경기 우천 취소였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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