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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진 걱정, 두산과 한화 무엇이 다른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6-12 10:14


두산은 주전 선발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시즌 내내 로테이션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잠실 SK전에 선발등판한 이정호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선발로테이션이 안정적이냐를 판단하는 좋은 방법중 하나는 몇 명의 투수가 선발등판했는가를 세어보는 것이다.

11일 현재 선발등판 기록이 있는 각 팀의 투수 숫자를 보면 넥센이 5명으로 가장 적다. 나이트, 밴헤켄, 김병현, 강윤구, 김영민으로 이어지는 5인 로테이션이 확고하다. 넥센은 올시즌 이들 말고 다른 투수가 선발로 등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6개월간의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들이 자신의 등판 순서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전력 변수는 없다. 넥센에 이어 삼성이 6명으로 두 번째로 적었고, LG를 비롯해 롯데, KIA, SK, NC 등 5팀이 7명, 두산과 한화가 가장 많은 9명이었다. 이 수치를 순서대로 보면 팀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두산은 이날까지 6연패를 당하는 등 추락이 이어지고 있고, 한화는 올시즌 최하위를 예약이나 한 듯 좀처럼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두 팀 모두 선발진이 불안하고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진 상황이 나빠진 이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두산은 니퍼트와 노경은, 2명만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김선우는 컨디션 난조로 최근 2군으로 내려갔고, 지금은 이정호, 올슨, 유희관이 나머지 선발 3자리를 메우고 있다. 중간계투인 이혜천과 이재우, 김상현도 선발로 등판한 적이 있다. 올해 두산의 선발진이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새 외국인 투수 올슨이 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 두 달 가까이 휴업을 한 것과 지난해 선발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이용찬의 부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상황이 꼬이게 된 시발점은 선발요원으로 다시 영입하려 했던 히메네스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소식이 들려온 후부터다. 한 마디로 선발로 쓸 투수들은 많았는데 하나같이 부상을 입어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희관 이정호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두산의 마운드 시스템에서는 기대했던 바는 아니다.

한화의 선발진 상황은 어떠한가. 확실한 선발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테스트' 또는 '땜빵'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김혁민이 등판하는 날이 아니면 한화의 다음 경기 선발투수를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경기가 끝난 뒤 구단 발표를 통해 알려지면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당투수도 선발등판 통보를 전날 경기 도중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는 4,5선발 요원을 정해놓고 레이스를 끌고 가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대전 LG전에는 송창현이 선발로 나섰다. 송창현은 1⅓이닝 동안 1안타 5볼넷을 내주고 2실점한 뒤 강판했다.

송창현 이외에도 김경태 윤근영 안승민 유창식 김광수가 각각 1~5번의 선발 등판을 했다. 두산처럼 부상 때문에 선발 자원이 부족한게 아니라, 아직 쓸만한 선발을 키워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좋게 해석하면, 한화는 아직도 리빌딩이라는 '큰 명제' 아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는 투수가 없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물론 한화 선발진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그토록 믿었던 유창식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이날 27일만에 1군에 오른 유창식은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2루타 한 개를 맞았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고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산은 부상이나 부진에 빠진 선발투수들이 정상궤도로 올라서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화는 기약이 없다. 리빌딩이란 과정에서 '진주'찾기를 계속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성적이 나지 않는다면 '리빌딩'이란 말로 변명할 수 있는 부분은 점점 적어진다. 이것이 한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딜레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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