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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로테이션이 안정적이냐를 판단하는 좋은 방법중 하나는 몇 명의 투수가 선발등판했는가를 세어보는 것이다.
두산은 니퍼트와 노경은, 2명만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김선우는 컨디션 난조로 최근 2군으로 내려갔고, 지금은 이정호, 올슨, 유희관이 나머지 선발 3자리를 메우고 있다. 중간계투인 이혜천과 이재우, 김상현도 선발로 등판한 적이 있다. 올해 두산의 선발진이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새 외국인 투수 올슨이 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 두 달 가까이 휴업을 한 것과 지난해 선발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이용찬의 부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상황이 꼬이게 된 시발점은 선발요원으로 다시 영입하려 했던 히메네스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소식이 들려온 후부터다. 한 마디로 선발로 쓸 투수들은 많았는데 하나같이 부상을 입어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희관 이정호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두산의 마운드 시스템에서는 기대했던 바는 아니다.
한화의 선발진 상황은 어떠한가. 확실한 선발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테스트' 또는 '땜빵'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김혁민이 등판하는 날이 아니면 한화의 다음 경기 선발투수를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경기가 끝난 뒤 구단 발표를 통해 알려지면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당투수도 선발등판 통보를 전날 경기 도중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는 4,5선발 요원을 정해놓고 레이스를 끌고 가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대전 LG전에는 송창현이 선발로 나섰다. 송창현은 1⅓이닝 동안 1안타 5볼넷을 내주고 2실점한 뒤 강판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산은 부상이나 부진에 빠진 선발투수들이 정상궤도로 올라서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화는 기약이 없다. 리빌딩이란 과정에서 '진주'찾기를 계속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성적이 나지 않는다면 '리빌딩'이란 말로 변명할 수 있는 부분은 점점 적어진다. 이것이 한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딜레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