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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성배가 말하는 초보 클로저로 산다는 것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6-12 08:11 | 최종수정 2013-06-12 08:11


롯데 김성배는 요즘 마무리 투수로 살아가고 있다. 아직 그에게 낯선 보직이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긴장되고 스릴 만점이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24.

롯데 자이언츠 사이드암스로 김성배(32)는 초보 '클로저'다. 3점차 이내로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내야 한다. 그에게 낯선 보직이다. 김성배는 11년째 프로야구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주로 중간 불펜 투수였다. 그런데 지난 4월말 마무리 투수가 됐다. 시즌 시작 하면서 마무리로 낙점됐던 정대현이 흔들리면서 2군으로 내려갔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그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마무리로 김성배를 선택했다. 이후 약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11세이브4홀드1패, 2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3.38, 이닝당 출루 허용(WHIP) 0.98. 김성배의 이번 시즌 중간 성적이다.

정대현이 5월 중순 1군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그대로 김성배에게 마무리 역할을 맡기고 있다.

요즘 김성배의 하루는 긴장과 재미의 연속이라고 한다. 10년 이상 중간 불펜이 익숙했던 그에게 마무리는 아직 낯설다. 그는 마무리의 중압감이 중간 불펜 보다 이렇게 강한 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김성배는 언제 올라갈 지 모르는 중간 불펜 보다 상황이 정해져 있는 클로저가 더 쉬울 것 같았다. 실제로 중간과 마무리를 해보니 달랐다. 삼성 특급 마무리 오승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선발 투수 못지 않은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게 클로저의 매력이었다.

그는 마무리를 맡고 나서 두 번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과 16일 사직 NC전에서 모두 1점차 앞선 상황에 9회에 등판, 실점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는 그 경기에서 1무1패를 기록했다.

김성배는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충격이 무척 컸다. "중간 불펜에서 한 게임 못 던지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나 때문에 팀이 졌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중간에서 던질 때는 주자를 루상에 깔고 나와도 다음 투수가 막아줄 수도 있고 못 막을 수도 있다. 내가 책임질 부분을 조금이라고 나눌 수가 있지만 마무리는 전부 다 내 책임이다. 두 번 연속으로 못 던지는 바람에 엄청 힘들었다."

당시 초보 마무리 김성배에게 가장 힘이 됐던 사람이 와이프 이주아씨였다. 둘은 지난해 12월, 만난지 2년 만에 결혼했다. 아내 이씨는 블론세이브의 충격으로 고개를 푹 숙인 남편을 부산 광안동 집 앞 맥주집에서 기다렸다. 아내는 평소 술이 약했다. 맥주 한 잔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인데 남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집이 아닌 술집으로 마중을 나온 것이다. 김성배는 아내의 깜짝 이벤트를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의 야구 인생은 2011년말 두산에서 롯데로 옮기면서 달라졌다. 2005년 8승3패2세이브8홀드로 반짝했지만 팔꿈치를 다치면서 내리막을 탔다. 두산에서 사실상 포기했던 선수가 롯데에서 보란듯이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3승4패2세이브14홀드로 롯데 중간 불펜의 한자리를 잡았다. 그 덕분에 연봉(1억500만원)도 처음 1억원을 돌파했다. 야구팬들은 김성배를 애칭으로 '꿀성배'라고 부른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김성배는 지금의 자신을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마무리 역할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정대현이 구위을 회복하고 1군으로 올라오면 원래 자리인 중간 불펜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팀이 위기니까 당분간 한다는 각오였다.


지금은 어떨까. 그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아니다. 막는데까지 막아보는 것이다. 내가 마무리에서 흔들리면 누구든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대신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성배는 마운드에서 표정의 변화가 없는 '포커페이스' 정대현(35)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했다. 3년 선배인 정대현은 이미 마무리로 검증을 마친 베테랑이다. 김성배는 정대현 처럼 연속 안타를 맞아도 결국은 승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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