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잠실 두산-SK전. 시작 전부터 불안했다.
여전히 선발진이 불안한 두산. 이날 가장 약한 선발이 나서는 날이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날이 참 좋다"며 반어법을 구사했다. '왜 비가 내리지 않냐'는 뜻을 애둘러 표현한 말.
반면 SK는 은근히 경기가 열리기를 원했다. 선발의 무게감을 생각할 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경기 초반 잘 맞은 외야타구가 뻗어나가지 못했다. SK 김강민 조동화, 두산 이종욱의 외야 타구가 쉽게 잡혔다. 타구가 바람의 방해로 뻗어가지 못하면서, 좋은 수비력을 지닌 양팀 외야수의 글러브에 쉽게 빨려들어갔다.
빗줄기가 거세졌다. 오후 7시5분 경기가 중단됐지만, 12분 뒤 다시 속개됐다. 빗방울이 약해졌다. 당연히 투수들의 리듬이 헝클어졌다.
결국 두산 이정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던 이정호는 4회 구속이 약간 느려지면서 공의 위력이 떨어졌다.
선두타자 조동화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여기에서 이종욱이 희생양이 됐다. 최 정은 높게 솟구친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 타구를 날렸다. 쉽게 잡을 수 있는 타구. 하지만 떨어지는 순간, 베테랑 이종욱은 타구지점을 순간적으로 놓치며 공을 잡지 못했다. 결국 1사 1루 상황이 무사 2, 3루로 변했다. 급격히 흔들린 이정호는 이재원에게 볼넷,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결국 두산은 김상현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후 3실점, SK가 3-1 리드를 잡았다. 강력한 날씨변수가 두산에겐 재앙이었다.
SK 선발 김광현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투구폼이 가장 역동적인 선수. 때문에 많은 비로 인한 마운드의 물컹한 흙은 김광현에게 좋지 않았다. 컨트롤을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스파이크의 흙을 털어내는 투구판을 교체하기도 했다. 결국 4회 손시헌과 이종욱의 연속안타와 민병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추가실점을 하진 않았다. 김광현이 이날 보여준 위기관리능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5회 이후 오락가락했던 비는 '안정'을 되찾았다. 가랑비가 경기 끝까지 내리긴 했지만, 거세지진 않았다. 결국 SK가 7대5로 승리했다. 7위까지 처진 SK로서는 날씨변수를 뚫고 얻은 값진 1승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