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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35)은 2012시즌을 삼성 라이온즈에서 마치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LG맨이 됐다. 삼성과 1차 협상에 실패했고, 바로 LG와 계약 기간 4년 총액 28억6000만원(계약금과 보너스 포함)에 합의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정현욱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현욱을 혹사시키는 건 아니지. 자주 건강 관리를 잘 해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정현욱은 지난해 삼성에서 2승5패3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너무 잘 하려고 하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삼성은 세대교체를 원했고, 정현욱을 붙잡지 않았다.
현재 LG에는 정현욱과 트레이드로 옮긴 손주인 현재윤 김효남 등 전 삼성맨들이 있다. 그들의 다수가 밖에서 봤던 LG와 실제 와서 본 LG는 완전히 달랐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본 LG에 대한 선입견이 지나칠 정도로 고약했다.
정현욱의 얘기는 이렇다. "LG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성적이 안 좋아서 욕을 먹었다. 삼성 선수들도 야구장 밖에서 다 즐긴다. 그런데 성적을 낸다. 공부 못 하는 학생이 놀다 걸리면 공부도 못하면서 논다고 욕을 먹는다. 반면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놀면 공부도 잘 하는데 잘 논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LG가 서울 연고 팀이고 인기 구단이다 보니 작은 일이 하나 터져도 파장이 크다. 그래서 LG 선수들은 너무 조심스럽다. 오히려 삼성 선수들 보다 보수적인 것 같다. 이러다보니 자신감에서 차이가 난다." 불펜 임찬규(LG)의 정인영 KBS N 아나운서 물세례 세리머니 사건도 LG라서 후폭풍이 컸다는 뒷얘기가 무성했다.
정현욱은 아직 LG맨이 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LG 구단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삼성은 전력이 가장 안정된 팀이다. 선수들이 기량적으로나 정신적인 면에서 완성된 단계다. 하지만 아직 LG는 삼성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정현욱도 그걸 인정한다. 그는 "LG에는 이병규 이진영 정성훈 박용택 봉중근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포진돼 있다. 아직 후배들이 이런 선배들의 기량을 못 따라온다. 삼성은 선배들의 기량에 맞춰서 후배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LG 후배들 중에도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아직 잠재력이 안 터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G가 더 강한 팀이 되려면 오지환 정의윤 유원상 등이 성장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LG는 지난 2002년 포스트시즌 진출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올해까지 11년째 가을야구를 갈구하고 있다.
LG는 10일 현재 28승25패로 단독 3위다. 4강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LG 야구는 올해 끈끈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