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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빼지마."
이번 주말 전국은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로 한여름을 방불케했다.
더위라고 하면 둘째 가라고 해도 서러워할 대구지역은 더욱 그랬다.
삼성과 두산의 주말 3연전이 열린 대구구장은 체감온도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가 엄습했다.
때이른 무더위는 매경기에 앞서 1시30분씩 훈련을 해야 하는 선수들을 그냥 놔둘리 없다.
양팀 넛수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비오듯 쏟아지는 땀에 범벅이 된 채 연신 혀를 빼물어야 했다.
감독들이라고 해서 선수들의 이런 고충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일까. 두산 김진욱 감독은 팀의 간판타자 김현수에게 색다른 조언을 했다.
원정경기에 와서 배팅볼 훈련을 할 때 너무 전력을 쏟지 말라는 것이었다.
덕아웃에서 방망이를 정비하고 있던 김현수를 부른 김 감독은 "현수야, 요즘 날씨에 원정경기 왔을 때는 처음부터 너무 전력스윙을 하지 말고 설렁설렁 해보는 게 어때? 한 번 생각해봐라"라고 조언했다.
배팅훈련 초·중반에는 그냥 볼을 맞힌다는 생각으로 툭툭 치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실전처럼 전력을 쏟아 쳐보는 것으로 감각을 익히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이 선수에게 너무 열심히 훈련하지 말라고 조언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홈경기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홈팀이 먼저 훈련을 하기 때문에 배팅볼을 내내 힘껏 쳐도 원정팀이 훈련하는 동안 떨어진 힘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원정팀은 훈련을 마치자마자 경기에 임해야 한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엄습한 시기에는 지치는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으로서는 타자들이 페이스 관리 잘못했다가 정작 경기에 들어가서는 힘에 부쳐 고생하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싶었던 게다.
김 감독은 "보통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를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레이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예선에서는 뻥뻥 잘치다가 결선에 올라가면 힘이 빠져서 예선만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딱히 커다란 불편을 느끼지 않았기에 이같은 방법을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김현수는 김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한 번 적용해보겠다"고 했다.
점차 기세를 더해가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작은 지혜였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