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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어떻게 삼성을 압도할 수 있게 됐나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6-06 18:42 | 최종수정 2013-06-07 08:49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 극과 극에 서 있는 두 팀이다. 히어로즈는 모기업 지원없이 구단을 운영하는 야구전문 기업. 반면 국내 최대기업 삼성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라이온즈는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최강의 팀이다. 기업 규모만 보면 대기업과 구멍가게처럼 차이가 크다.

히어로즈와 삼성의 주중 3연전은 '초여름의 한국시리즈'로 불릴 만큼 치열하게 전개됐다. 5일에는 12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를 내지 못하더니, 6일에는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졌다.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는가 하면, 6일에는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양 팀 합해 20개의 4사구가 나올 정도로 투수들이 흔들렸다.

결과는 2승1무, 넥센의 완승. 넥센은 6일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삼성을 15대7로 대파했다.

넥센은 올 시즌 삼성전 5연승을 기록했고, 상대 전적도 6승1무2패로 라이온즈를 압도했다. 공동 1위로 맞붙었는데, 승차가 2경기차로 벌어졌다. 단독 선두로 나선 것도 기분 좋지만 히어로즈로선 2008년 팀 출범 후 이어져온 삼성전 열세의 흐름을 끊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삼성은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는 한국 프로야구 최강의 팀이다.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가을야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삼성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으니 자신감이 붙을 만하다. 올 시즌 양강 체제를 구축한 두 팀의 구도를 살펴보자.

뿌리깊은 구원관계

히어로즈의 전신은 현대 유니콘스. 현대와 삼성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대기업 1,2위를 다투던 치열한 라이벌이었다. 현대에서 2000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이후 프런트로 활동했던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적어도 삼성전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는 그룹 내의 정서가 선수단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회고했다.

염 감독은 "삼성전에는 모기업 임원이 최소 4~5명씩 야구장에 나타났다. 현대 그룹이 잘 나갈 때는 격려금이 수천만원씩 선수단에 전달되기도 했다. 선수들이 삼성전에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당시 삼성만 만나면 현대는 펄펄 날았다. 오죽했으면 삼성은 2004시즌이 끝난 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FA로 풀린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했다. 그룹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현대로선 두 선수를 잡을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2007년을 끝으로 현대는 해체됐고 2008년 히어로즈로 재창단되면서 두 팀의 관계는 역전됐다.


2008년 10승8패로 상대전적을 뒤집은 삼성은 이후 지난해까지 일방적으로 넥센을 짓눌렀다. 2011년에는 15승4패, 지난해에는 13승6패를 거두며 승수쌓기의 재물로 삼았다. 히어로즈로선 굴욕의 시기였다.

너만은 넘는다

지난해 말 히어로즈 사령탑이 된 염경엽 감독의 여러가지 과제 가운데 하나는 삼성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삼성만 만나면 주눅이 드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염 감독의 몫이었다.

일단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4월 12일 선발 나이트의 호투와 8회에 터진 강정호의 3점포를 앞세워 깔끔하게 3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어 열린 두 번의 경기에 김병현과 밴헤켄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연속으로 4대15 완패를 당했다. "혹시나"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며 역시 삼성을 넘기 힘들다는 패배감이 엄습했다.

이를 위해 염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5월 1일부터 벌어진 두번째 3연전에 삼성에 약한 김병현과 밴헤켄을 내세우지 않은 것이다. 외국인 투수 나이트와 강윤구, 김영민을 전진 배치시키며 로테이션에 변화를 준 것.

염 감독은 "변칙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자신있는 팀을 상대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딱 맞아떨어졌다. 삼성전 3경기를 모두 쓸어담은 것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스윕을 하면서 히어로즈는 1위에 올라섰다.

이제는 자신있다

3연전 시작 전 양 팀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 3연전에서 양팀 모두 일방적으로 밀리면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저번과 같은 로테이션의 변화 없이 정상적으로 간다"고 말했고,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번처럼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그리고 시작된 3연전에서 넥센은 2승1무로 삼성을 눌렀다. 특히 5일 경기의 경우 삼성은 에이스 윤성환에 이어 안지만, 오승환 등 최고의 필승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반면 삼성에 약했던 히어로즈 김병현은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추격조인 박종윤과 이보근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값진 무승부를 일궈냈다.

어쨌든 그 여파는 6일 경기로 이어졌다. 7회 7-7 동점에서 히어로즈 주장 이택근이 삼성 투수 심창민의 몸쪽 공을 맞고 마운드로 뛰어나가려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양팀의 벤치 클리어링까지 유도했다. 지난 4일 경기에서 동료 이성열이 심창민의 몸쪽 공에 팔꿈치를 맞은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의 액션이었다. 한편으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후 심창민은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자멸하고 말았다.

히어로즈가 벌떡 일어서면서 상대가 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양팀의 라이벌 관계가 다시 시작됐다. 삼성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극과 극에 서 있는 양팀간의 대결이 앞으로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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